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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제주항공, 이스타 대주주 이상직에 200억원 사재출연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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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지급 예정 잔금 연기 이어

임금체불 해소 명목 추가 요구

이스타 “이미 제주가 부담키로

사실상 매각대금 깎아달라는 격”

조종사 노조 21일 민주당 앞 집회

“제주항공-이상직 일가 책임 미뤄”


한겨레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 비행장에 멈춰선 이스타항공 여객기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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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협상 과정에서 최근 200억원 안팎의 대주주 사재출연을 요구하면서 매각 딜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다음 달로 3개월째 셧다운(운항 중지)에 돌입하는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 해결도 안갯속이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이스타항공 설명을 종합하면,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 쪽에 임금체불 해소를 명목으로 200억원 상당의 대주주 사재출연을 추가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조건 변경을 요구했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국회의원 당선인(더불어민주당)의 두 자녀(이원준, 이수지)가 100% 소유한 회사다. 매각을 마무리 지으려면 이 당선인 쪽이 사재를 내놔야 한다는 게 제주항공 쪽 요구인 셈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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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3월2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사들이는 내용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는 지난해 12월18일 경영권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 때 밝혔던 매각예상가 695억원보다 150억원 낮은 가격이다. 지난 2월부터 이스타항공이 직원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한 데다 ‘신천지 집단감염’ 등이 발생해 코로나19 리스크가 커지자 이를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계약금으로 지급한 119억5천만원을 제외한 425억5천만원을 지난달 29일까지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타이와 베트남에서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늦어진다는 이유를 대며 이스타항공 지분취득예정일을 하루 전날에 무기한 연기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난달 제주항공이 지분취득예정일을 미뤘을 때부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부담이 늘어난 탓에 제주항공이 잔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기업결합심사 문제는 핑계일뿐이라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657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1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스타항공 쪽은 이미 임금체불 등을 인수자가 부담하기로 했고, 이를 고려해 인수가가 정해졌는데도 대주주에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매각대금을 깎아달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대주주인 이 당선인도 계약서대로 했으면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 관련 협상이 진행중”이라며 “계약 내용 일체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수 작업이 미뤄지면서 직원들은 임금체불에 따른 생계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엔 급여의 40%만 지급했고, 3~4월에는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이달 월급날인 25일에도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회사로부터 들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운항 재개와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조종사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20일 취재요청서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아랑곳없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제주항공과 이상직 쪽을 규탄한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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