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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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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인종차별, 의료진도 예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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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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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전 세계 곳곳에서 들끓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의료진에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최근 중국을 향해 막말을 퍼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태도 인종차별 확산에 한 몫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아시아계 의료진이 인종 차별과 혐오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계 미국인 의사 루시 리는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마취과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던 중 한 남성에게서 “너희 중국인들은 왜 모두를 죽이느냐”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계 흥키 림도 고열과 기침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돌보던 중 “바이러스가 다 너희들에게서 온 것”이라는 막말을 들어야 했다. 림은 환자의 진료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WP는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의료종사자들에 대한 인종적 적대감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미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의료계 진출 비율은 높다. 미국 내 내과 의사의 18%, 간호사의 10%가 아시아계다. 이들은 병원을 떠나도 일상생활에서 더 큰 괴롭힘을 겪는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코로나19 사망자가 증가하고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셀 증 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는 “3월 19일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인종차별 연구 단체 웹사이트에 보고한 인종차별 사례는 1,800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사회에 팽배한 혐오 정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인종차별적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3월 18일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증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으로 사람들이 바이러스와 중국인들 사이에 연관성을 찾게 됐다”며 “인간은 위험에 처하면 자동적으로 싸움 태세에 돌입하는데 그 대상은 아시아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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