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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단독] 식량과학원 일부 간부 ‘직장내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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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직원 2명 데모장비 대여 사용 / 부서 간부 “미등록 장비” 문제제기 / 감사실선 “청탁금지법 위반” 고발 / 檢 무혐의 처분에도 직위박탈 징계 / 노조 “부서장 갑질 신고 보복” 주장 / 농진청 “규정대로 처리한 것” 반박

세계일보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에서 부서장 등 일부 간부가 연구직원들에게 ‘갑질’(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전국공무원노조 농진청지부에 따르면 식량과학원에서 작물품종 개량 등을 연구하는 연구관 A씨와 연구사 B씨는 2017년 1월 낡은 별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연구실에 동료 10여명과 배치됐다. 이후 실험 장비 업체로부터 연구실용 ‘데모장비’(전시제품) 무상대여 프로그램을 통해 전자저울과 원심분리기, 동결건조기 등을 빌려 썼다.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꼭 필요한 실험 장비들인데 정작 연구실에는 이런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연구실 장비를 이용하려 해도 해당 연구실의 과제 수행 때문에 쉽지 않았다. 자연스레 연구원들의 불만이 쌓였고 서로 갈등도 잦아졌다. 결국 연구원들은 고육지책으로 데모장비를 이용해 실험했다.

연구 장비 업계에 따르면 해당 장비들은 시가 300만∼1400만원가량으로 연구 관련 기자재가 부족한 대학이나 연구소, 연구 업체 등 많은 곳에서 무상으로 대여해 사용한다. 연구원들은 이들 장비를 이용해 기술이전과 논문 게재, 학술 발표 등 충분한 연구성과를 달성했다. 1년6개월쯤 지난 이듬해 9월 관련 장비가 보급되자 반납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데모장비를 반납한 직후부터다. 감사실 근무 경력이 있는 부서 중간 간부가 “국가 미등록장비를 사용했다”며 원장에게 보고했고, 감사실은 집중 감사 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사안이라며 형사고발했다.

이후 검찰이 9개월간 수사를 거쳐 증거 불충분 사유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감사실은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사유(청렴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특히 A씨는 B씨 등 연구원들의 거듭된 요청에 부서장에게 장비 운용 시스템 개선과 조속한 구비를 요청했으나 오히려 장비 관리 담당자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유 등으로 연구실장 보직과 주무 연구관 직위를 박탈당했다고 한다.

전국공무원노조 농진청지부는 ‘갑질’ 신고에 따른 보복 피해라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B씨가 2017년 하반기부터 부서장 등으로부터 성희롱과 사생활 뒷조사, 부당 인사 등에 시달렸다”면서 “이듬해 8월 농진청 ‘갑질신고센터’에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B씨는 상사에게 버릇없이 언행해 품위를 위반했다며 징계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피해자들에 대한 잔혹한 괴롭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B씨 등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주장을 담은 글을 올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농진청 감사담당관실은 “형사고발은 200만원 이상의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청렴추진기획단의 의결에 따른 것이고, 중징계 요구는 국가공무원법 상 청렴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적극적인 행정 행위에 따른 면책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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