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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눈 못 뗄 ‘인공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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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식·처리가 미래기술 핵심

소니·삼성 이미지센서 개발 앞다퉈


한겨레

올림푸스한국의 콤팩트카메라를 홍보하던 배우 전지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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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업체 올림푸스가 국내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전통 카메라 업체가 뒤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다만 전통 카메라 산업의 위축 속에서도 1인 미디어 등장에 힙입어 카메라 장비 산업은 떠오르고 있다. 카메라 기술이 응집된 ‘인공 눈’(이미지센서 등) 분야의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올림푸스를 모회사로 둔 올림푸스한국은 20일 보도자료를 내어, “미러리스 카메라와 교환식 렌즈를 주력으로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나 기대한 성과는 달성이 어려워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의료 사업과 산업용 내시경과 처리 기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내달 30일 서초동 본사 직영점과 공식 온라인 쇼핑몰이 폐점된다.

올림푸스한국은 콤팩트카메라 시절 배우 전지현씨를 모델로 내세워 큰 인기를 끌며 국내 카메라 시장을 잠식해갔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카메라 부문의 사업을 점차 줄여나갔다. 그 대신 지난 2015년 외과 사업에 진출한 뒤 3차원(3D) 복강경 시스템과 최첨단 수술 장비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끌어올렸다. 연간 기준 매출에서 카메라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푸스한국의 카메라 사업 철수는 뛰어난 카메라 기능을 앞세운 스마트폰과의 경쟁이 더 이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에 카메라 사업을 접었다.

카메라 경쟁은 스마트폰 제조사로 넘어갔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표준화되면서 카메라 성능이 제품 차별화와 핵심 마케팅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한 예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에스(S)20 울트라’를 출시하며, 달 표면 분화구를 생생하게 찍어내는 100배 디지털줌 기능의 카메라를 집중 홍보했다. 미 애플의 ‘아이폰11 프로’는 전문가급 촬영도구로의 쓸모를 내세운다. 잇단 스마트폰 촬영 사진전과 영화제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전문 용도로도 손색 없음을 보여준다.

한겨레

삼성전자가 2020년 5월19일 출시한 DSLR 수준의 초고속 자동초점 기능을 지원하는 1.2μm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기반의 5천만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 신제품, ‘아이소셀 GN1’. 삼성전자 제공.


이는 카메라 시장의 경쟁 구도가 스마트폰 제조업체간 이미지 센서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지센서는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정보로 변환해주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TSR)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은 소니가 1위(49.1%), 삼성전자가 2위(17.9%)다. 삼성전자는 2013년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을 출시한 이후 소니를 추격중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고 밝히며 내건 ‘반도체비전2030’에도 이미지센서가 핵심 축이다.

전통 카메라산업은 위축되고 있지만 떠오르는 영역도 있다. 1인 미디어와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면서 고화질 동영상을 찍기 위한 카메라 장비 수요는 커지고 있다. 여행이나 야외 활동을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짐벌’과 ‘액션캠’ 같은 새로운 형태의 카메라도 인기다. 중국기업 디제이아이(DJI)의 ‘오즈모 포켓’ 같은 짐벌 카메라는 걷거나 뛰면서도 흔들림 없이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미국기업 ‘고프로’는 다이빙, 번지점프 등 극한 상황에서도 영상 촬영이 가능한 액션캠을 내놨다. 고프로 쪽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워낙 좋아지긴 했지만 동작을 하면서 영상을 촬영하려는 이들은 여전히 액션캠을 원한다”고 말했다.

구본권 최민영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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