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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나눔의집 후원금, 대표 건보료 내고 땅 사는 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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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법 위반 다수 확인
‘노인 학대 위험’ 잠재 판정도
박물관 건립 등 ‘세 확장’ 골몰
피해자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

검찰이 회계 관련 의혹 등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의 강제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거주시설인 경기 안성시 나눔의집이 부적정한 후원금 사용과 지방계약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위안부 역사를 알린다는 이유로 박물관 건립 등 세 확장에 골몰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피해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가 20일 공개한 나눔의집 특별점검 결과를 보면 나눔의집은 2015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대표이사가 납부해야 할 건강보험료 735만6000원을 후원금에서 지출했다. 나눔의집 대표이사인 조계종 월주 스님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나흘 뒤인 지난 11일 741만9000원을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으로 받은 후원금을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서랍에 보관하거나 후원금을 전용계좌에서 법인운영비 계좌로 전출하는 등 부실하게 관리해온 사례도 확인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3건의 증축공사 관련 계약을 하면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이용하지 않고 홈페이지에만 입찰공고를 해 계약을 진행했고, 관련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업체가 입찰했는데도 부적격 처리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는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공사에 특정업체와 다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후원금을 자산취득비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약 6억원을 토지취득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나눔의집은 2002년 뒤채 구입을 시작으로 2016년 6479㎡ 규모의 뒷산까지 7차례에 걸쳐 토지를 구매했다. 건축 공사도 이어졌다.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관은 물론 역사관, 제2역사관을 지었고 수차례에 걸쳐 증축, 조경 공사를 진행했다. 나눔의집 직원들은 이러한 세 확장에 반대했지만 성우 스님 등 이사회 관계자들은 “나눔의집 환경을 위한 것”이라며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눔의집 직원들은 “선정된 시공사는 이사진과 특수관계에 있다”고 했다.

경기도는 나눔의집 할머니들 학대 의혹과 관련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결과 증거 부족 등으로 학대 사례로 판정할 수는 없으나 학대 위험이 내포된 ‘잠재 사례’ 판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나눔의집이 각종 사업에 골몰하는 사이 피해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나눔의집 사회복지법인 정관상 사업 목적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요양시설’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1번 목적은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양로시설’이 됐으며, 위안부 관련은 4번 목적에 오른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운영’뿐이다. 나눔의집 이사인 화평 스님은 “앞으로도 요양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미숙한 점은 고치고 앞으로 할머니들을 더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이종섭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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