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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성년 된 뒤 배상받도록…소멸 시효 유예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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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21대 국회 법안 제출

법무부, 21대 국회 법안 제출

신유용씨(25)는 전북 고창군의 한 고교에서 유도선수로 활동하던 2011년 7~9월 유도부 코치 손모씨(36)에게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16세 미성년자였던 신씨는 지도자의 성폭력에 대처할 수 없었다. 신씨는 부모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참았다. 8년이 흐른 지난해 1월 신씨는 언론에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손씨는 “신씨와 연인이었고 합의한 성관계였다”며 신씨를 고소했다. 지난 2월 항소심은 손씨의 강간·강제추행 혐의에 무고 혐의까지 인정해 징역 6년5월을 선고했다.

신씨는 손씨의 성폭력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피해나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나 ‘범죄 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신씨는 지난해 10월 손씨의 무고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만 청구했다.

신씨가 당시 성폭력 피해를 부모에게 알렸더라도 배상을 받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미성년자는 독자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없다. 소멸 시효 내에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대리해 청구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워 배상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법무부는 신씨처럼 성폭력을 당한 미성년 피해자가 성년이 된 뒤 스스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소멸 시효를 미루는 민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법무부는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하면 성년까지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미루고, 성년이 되면 소멸 시효 기간 내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30일 개원하는 제21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2018년 8월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 신씨의 변호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는 “꼭 필요한 법이고 진작 시행됐어야 한다”며 “신씨처럼 미성년자가 성폭력을 당하면 신고할 생각도 못하고 계속 당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미성년자가 유능한 법정대리인을 가질 수 없고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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