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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아우팅 막는다더니…일부 지자체, 확진자 특정 가능한 ‘동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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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마다 공개 범위 달라
성소수자들 인권 침해 우려
“중대본에서 일괄 관리해야”

“나이, 성별, ○○백화점 ○층 근무.” 충북도의 한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9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했다. 이러한 정보는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또다시 확산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2판)’에는 거주지 세부주소나 직장명처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코로나19성소수자긴급대책본부는 이 지자체의 신상 공개가 ‘아우팅’(당사자 동의 없이 성적 지향 등이 공개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삭제를 요청했다. 보건소 측은 “백화점은 다중이용시설이라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당시는 이미 백화점 방문자들의 소재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20일 현재 이 정보는 삭제됐다.

최근 이태원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이후 성소수자 단체를 중심으로 확진자 동선 공개가 아우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방역당국은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선 지자체별로 공개 범위가 제각각이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대본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 정보 공개 기간도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로부터 2주로 제한된다. 이태원 집단감염 이후인 지난 13일부터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반복 대량 노출 장소’에 대한 정보를 중대본에서 일괄 공개하고 있다. 이 지침을 누가 어느 단계에서 적용할지 판단은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다.

언론 보도로 2차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 한 지자체는 지난 17일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면서 ‘베트남 국적’ ‘○○읍 소재지 근무’ ‘4인 이하의 직장’이라는 정보를 노출했다. 이후 언론은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유흥업소를 방문했다’며 확진자 세부동선을 속보로 보도했다. 확진자의 국적은 방역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지만 외국인 혐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

코로나19성소수자긴급대책본부는 지난 12일부터 모니터링해 문제 사례 18건을 파악했다. 나영정 대책본부 활동가는 “역학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지자체가 홈페이지에 그대로 올리면서 벌어지는 문제다. 역학조사에 필요한 내용과 대중에게 공개할 내용은 다른데 이 차이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확진자 동선 공개가 접촉자를 찾기 위한 목적이라면 중대본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맞다. 지자체는 ‘주민들의 알권리’를 이야기하지만 역학조사 이후에는 정보 공개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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