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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창문 열고 틀어라”→“창문 여는 건 과도”… 에어컨 지침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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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감염 확산 위험도에 비해 고비용 초래…환기가 적절”

방역당국이 고3 등교가 이뤄진 20일 에어컨 사용과 관련해 전력 낭비 등을 이유로 “창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트는 건 과도하고, 환기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2주 전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서 에어컨을 틀어도 된다’는 지침에서 바뀐 것으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19일) 생활방역위원회에서 나온 에어컨 사용 관련 논의 내용을 공개하며 “창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트는 지침 자체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력상 문제나 환경파괴 등 문제를 고려할 때 (감염 확산의) 위험도에 비해 지나치게 고비용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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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올해 첫 교실 수업을 하는 광주 남구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이 교실 공기를 바꾸고자 창문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손 반장은 “에어컨 사용수칙을 좀더 다듬기로 했다”며 “관계부처들이 모여서 후속조치를 통해 조만간 지침을 확립해서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에어컨 사용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코로나19는 비말(침방울)로 전파되는데 공기 중 비말이 에어컨 바람에 날려 더 멀리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6일 여름철 에어컨 사용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 “수시로 창문으로 환기하면서 에어컨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당시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저희의 판단으로는 환기를 자주 하면서 에어컨을 사용하는 방안을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에어컨이 코로나19를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아직 많은 연구나 실험이 진행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때 방역당국은 에어컨 바람의 환류 때문에 비말이 더 멀리 확산할 수 있다는 중국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에어컨을 사용하더라도 수시로 창문을 열어 환기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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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교실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방역당국과 협의 끝에 학교에서 일과 시간에 건물의 모든 창문을 상시 개방해 최대한 환기하도록 하는 방역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교육부가 7일 발표한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 수정본에 따르면 교실 창문의 3분의 1 이상을 여는 조건으로 에어컨 사용을 허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창문을 열어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2주 만에 말을 바꾸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5월 하순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교실 내 에어컨 사용에 대한 지침이 돌연 바뀌면서 당장 학교에 나온 교사와 학생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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