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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박용만 “근로자 떠나보내고 싶어할 사람 아무도 없지만, 부도가 눈 앞에 보이면 버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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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고용보험 전 국민 확대하려면 앞으로 주춧돌 더 잘 쌓아야”

세계일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만남을 가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오후 2시20분 서울총리공관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열었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영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인총협회(경총) 회장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했고,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과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배석했다.

정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가 경제·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우리 국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은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그는 "4월 취업자 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8만여명이 줄어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내수 서비스업에 이어 수출 제조업까지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 노동시장에 닥칠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노동자의 일자리와 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해 24조원 규모의 두 차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3차 추경을 준비하는 등 지금도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민의 일자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가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노사정 대표들에게 당부사항을 전했다. 그는 먼저 "심각한 일자리 상황 앞에서 지체하거나 주저할 수 없다"며 "1998년과 2009년 위기 때 한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도출한 경험이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를 갖고 논의에 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노사정은 입장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때로는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해 달라"며 "시선을 둬야 할 곳은 조직 내부가 아니라 오로지 국민임을 한 시도 잊지 말아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코로나19 라는 비상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번 노사정 대화의 결실이 발판이 돼 앞으로 모든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상생과 신뢰의 노사 문화를 다지고, 업종과 지역의 노사대화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우리의 코로나19 방역 모델이 세계 표준이 되고 있는 것처럼 이번 노사정의 대화와 협력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음 번에 만날 때는 '셋보다 더 큰 하나'의 결실을 가지고 만나 뵙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번 노사정 대화는 코로나19에 따른 전례 없는 경제·고용 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대량 해고 방지, 고용 안전망 강화와 경영계가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지가 관심이다.

노사 대표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논의에 임해야 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처한 입장을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통령이 고용 총량 유지 의지를 확고히 했지만 기간산업과 대형 항공사의 하청 비정규직들이 해고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택배 노동자들이 땀 흘렸지만, 고용보험에서 제외됐다"며 "재난 시기 해고 금지, 사회 안전망 확대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노동자에 대한 직접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 고통의 터널은 생각보다 깊다"며 "양극화가 더 확대될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부터 시작되고 있다. 사회적 백신은 해고 없는 대한민국, 안전한 일자리 인프라 확대"라고 밝혔다.

손경식 회장은 "현 경제 위기에서는 외부 요인에 따라 시장 수요 자체가 사라지면서 영업 적자에 처한 기업들이 막대한 고용 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유동성 공급을 통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확대 시행되고, 임금 대타협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용만 회장은 "근로자들을 떠나보내고 싶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부도가 눈 앞에 보이면 버틸 수 없다"며 "정부의 보호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도를 막는 조치도 만들어줘야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오늘 이렇게 노사정 셋이 만난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이라며 참여 결정을 해준 노사 대표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후 22년만이다. 민주노총은 이듬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고, 문재인정부 들어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할 공식 사회적 대화기구로 2018년 11월 출범한 경사노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예술인을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돼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용보험을 전 국민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그 주춧돌을 더 잘 쌓아야 한다고 본다"면서 첫 과제로 기존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새로운 가입자 간 형평성을 맞추는 문제를 꼽았다.

그는 "정규직 중심의 현 고용보험 체계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 근로자들과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기존 일반 근로자와 새로운 가입자 간 보험료와 수급액이 합리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특고·프리랜서 등의 경우 일반 노동자와 달리 사업주가 있는지, 있다면 누가 사업주인지, 사업주 부담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면서 "부담기준도 임금 기준으로 할지 소득 기준으로 할지 등도 사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징수해서 이를 관리할지도 살펴봐야 한다"면서 "기존 체계를 활용할지, 새로운 징수기관을 선정할지 등 합리적인 징수체계도 꼼꼼히 선 구축해야 할 선행과제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전국민 고용보험화라는 새 구상, 새 제도도 그 주춧돌을 잘 다진 후에 고용보험의 프레임과 콘텐츠라는 기둥, 지붕을 잘 엮어야 100년이 지나도 건재하게 작동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향후 그 초석, 기둥, 지붕들이 단계적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마련해 수백년이 지나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촘촘한 고용 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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