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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학습권, 학사일정, 수능?…학생들의 생명·안전보다 우선할 순 없어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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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학교별 단계적 등교 수업 첫날부터 일부 차질 / 코로나19 강력한 전파력 감안, 학교라는 ‘집단 밀집 시설’에서 학업·방역 병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 아냐 / 처음 해보는 일이라 혼란과 차질, 시행착오 이어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 어려운 도전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첫번째 판단 기준은 ‘학생 안전’

결국 다섯 차례나 연기된 끝에 시작된 각급 학교별 단계적 등교 수업이 첫날부터 차질을 빚었다. 학생은 물론 학교·교육 당국까지 미지의 길을 나서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다. 다만 등교 수업의 물꼬를 튼 당일 막상 이런 일이 벌어지니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열 검사를 받은 뒤에야 교문을 통과하고, 일부 학교는 책상에 아크릴 가림막까지 설치할 정도로 학교·학생이 등교 수업을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고교생 등의 학교 밖 감염 문제로 등교가 중단되는 상황은 무척이나 안타깝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까지 지난 11일(35명) 이후 아흐레 만에 다시 30명대로 늘어 더욱 걱정이 커졌다. 이 중 24명은 국내 감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노래방·PC방 등의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감염 등 지역사회의 집단적·산발적 감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이틀에 끝날 일도 아니라는 점 △미래 세대에 대한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 원격 수업을 한없이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 △고3 학생들의 경우 대학 수시모집을 준비를 위해 등교 수업·시험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등교 수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다만 첫날 상황에서 보듯 그 과정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등교가 중단된 학교에서는 당장 21일로 예정된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물론 중간·기말고사 등 학사 일정이 어떻게 조정될지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의 강력한 전파력을 고려할 때 학교라는 집단 밀집 시설에서 학업·방역을 병행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혼란과 차질, 시행착오가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어려운 도전에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첫번째 판단 기준은 학생 안전이어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권, 학사 일정, 수능 등도 중요하지만, 생명과 안전을 우선할 수는 없다.

세계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가 5차례나 연기되며 80일 만에 등교 수업이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생활 방역 수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고등학교 3학년이 신학기 들어 처음 등교한 20일 일부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생 귀가와 등교 중지 조처가 내려졌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 등 대부분 지역에서는 정상적으로 오후까지 수업이 진행됐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우려로 등교 첫날인 이날 인천과 안성 지역의 75개 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 즉시 귀가하거나 등교가 중지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등 5개 구 관내 고등학교 66곳의 고3 학생 모두를 등교하자마자 귀가시켰다.

나머지 5개 군·구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들었다.

인천에서는 등교 직전인 이날 새벽 고교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된 고3 학생 2명은 미추홀구 비전프라자 건물 2층 탑코인노래방을 방문한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노래방은 앞서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강사 A(25)씨의 제자(고3·인천 119번 확진자)와 그의 친구(인천 122번 확진자)가 지난 6일 방문한 곳이다.

이상훈 인천시교육청 대변인은 "일부 확진자가 다중이용시설을 많이 이용하는 등 확인되지 않은 동선이 많다"며 "학생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크고 이런 상황에서 등교 시 감염 우려가 커 모두 귀가 조처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일부 확진자, 다중이용시설 많이 이용…확인되지 않은 동선 많아”

인천시교육청은 교육부와 협의해 전원 귀가 조처가 내려진 인천 66개교에 대해 이번 주 내내 등교를 재개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하기로 했다.

이들 학교 고3은 21일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도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치른다.

이날 등교 수업이 제대로 진행된 나머지 시도 지역에서는 학평이 예정대로 치러진다.

경기도교육청도 전날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 A씨(안성시 3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음에 따라 이날 안성 지역 9개 고등학교에 대해 등교 중지를 결정했다.

교육 당국은 21일부터는 안성 지역 모든 고3이 정상 등교한다고 밝혔다.

안성교육지원청과 안성시는 긴급회의를 연 뒤 "21일로 예정된 학평을 위해 관내 9개 고교 3학년 학생을 등교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국에서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학생들이 등교와 동시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소방청은 이날 등교했다가 발열·인후통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 관련으로 전담 119구급대에 의해 선별진료소로 옮겨진 학생이 12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고3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서울 경복고등학교 앞 전광판에 등교 축하 안내문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 A고교에선 학생 2명이 학교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발열 검사에서 37.5도 이상을 보여 곧바로 인근 선별진료소로 이송됐다.

청주에서도 학생 5명이 미열과 메스꺼움 등 의심 증상을 보여 119구급차로 이송됐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한 인원을 시·도 별로 보면 경기 21명, 광주 20명, 경북 12명, 전남 10명, 인천 7명, 경남·전북 각 6명, 서울 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당국, 고3 등교 현황 자료 21일 발표 예정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의 안전에 이상이 없고 지역 사회 감염으로 위기 상황이 확산하지 않도록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 교육청이 실시간 소통하며 대응할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수업 후 귀가할 때 학원,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가지 않도록 학교와 학부모께서 지도해달라"고 당부했다.

교육부는 이날 고3 등교 현황에 관한 자료를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태원 클럽발(發) 'N차 감염'이 지속하고 대형병원의 의료진까지 잇따라 감염되면서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32명 늘어났다. 코로나19 환자가 30명대를 기록한 것은 9일 만이다.

◆방역당국, 일괄적인 등교 중지 아닌 지역별·학교별로 차등 대응 바람직

방역당국은 앞으로 학생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더라도 일괄적으로 전국 등교 중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학교별로 차등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0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인천과 경기 안성 등 지역 학생 하교 조치와 관련해 "코로나19 노출이나 전파 범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보고 교육 당국과 (등교에 관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등교가 가능한 기준에 대해 객관적인 숫자로 말씀드리기 어렵고 지역감염의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위험이 노출된 학교의 범위를 정해서 지역별·학교별로 위험도에 따라 차등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이 단기간 종식된다면 개학을 늦춰 안전한 때 하면 좋겠지만, 가을∼겨울철에도 위험의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상 속 생활과 방역을 함께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등교 수업을 쉽사리 중단할 수 없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그는 "등교에 대한 학부모, 학생, 교직원의 우려와 불안이 큰 상황에서 학교가 안전해지려면 지역사회 감염 위험을 최대한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의 협조를 재차 당부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손 씻기, 마스크 착용, 2m 거리두기를 준수할 것과 방과 후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교직원들에게는 주점,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 역시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입 준비로 인한 긴장감을 안고 살아가는 고3 학생들에게 감염병에 대한 부담감만큼은 최소화해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국민 개개인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실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세계일보

고교생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등교가 하루 미뤄진 인천 인항고등학교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작업을 마친 후 학교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등교 첫날 확진자 발생으로 혼란이 발생한 데 대해 "등교와 관련해서는 다른 어떠한 상황보다도 굉장히 예의주시하면서 긴장감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향후 조처에 대해서는 "진행 상황이나 역학 조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발적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고 해서 지금 현 (방역) 단계를 이전 수준의, 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나 통제의 상황으로 바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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