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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엉터리 주택 공시가, 국민 납득하게 제도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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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깜깜이 논란'이 일었던 주택·토지 공시가격 산정이 실제로 엉터리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해 공시된 전국 단독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활용한 표본 수가 현저하게 적은 데다 건축물의 용적률·건폐율 등을 좌우하는 '용도구역'도 반영하지 않는 등 허점이 대거 드러났다. 토지 분할·합병 등이 반영되지 않아 610필지가 공시가격 산정에서 누락되기도 했고, 땅값과 주택 가격을 합친 개별주택가격이 땅값보다 오히려 낮은 단독주택도 전국에 22만8000호나 됐다. 가격 역전은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지가(地價)와 주택 가격 산정 부서가 달라 생긴 일이라고 하니 황당하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평가해 왔다니 누가 정부를 믿고 공시가격에 승복할 수 있겠나. 매년 공시가격 발표 때마다 산정 기준과 방식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국토교통부는 공개를 거부해왔다.

이번 감사원 조사에서 1383만가구에 달하는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빠졌는데 이를 포함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성수동 초고가 아파트 '갤러리아 포레' 공시가격이 통째로 정정된 것도 층별·조망별 가격 격차를 반영하는 보정률을 적용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올해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공동주택의 이의 제기는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3만7410건에 달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수정 요청 중 단 2.4%만 수용했을 뿐이다. 정부가 올해 현실화율을 급격하게 높이면서 공시가격이 시세를 웃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억원 미만 아파트는 68.1%, 9억원 이상은 72.2%로 차등 적용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국토부는 표본 수를 늘려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납세자인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공시가격의 근거인 시세 등 기준과 절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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