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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필동정담] 최악의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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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국회 끝물이던 1999년부터 기자의 시각에서 국회라는 정치제도를 봐 오고 있다. 15대 말기와 16대 국회 초반은 정치부 기자로 비교적 가까이에서 봤다. 20대 국회는 논설위원이라는 직무적 관점에서 주로 관찰했다. 16대와 20대를 단정적으로 비교했을 때 16대 수준이 더 높았다고 생각한다.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의원 개개인과 정당에서 느껴지는 품격이나 자세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대중정부 때인 16대 국회 여당은 새천년민주당, 야당은 이회창 총재가 지휘하는 한나라당이었다. 정치가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때 여당은 여당 같은 느낌이 있었고 야당은 야당다웠다.

16대 전반기 국회의장은 고(故) 이만섭이었다. 기자를 하다 이른 나이에 정치권에 뛰어든 그는 양지에만 머문다는 야유를 들을 때도 있었지만 사심이 없었고 사리에 어긋나는 얘기를 하는 법도 없었다. 소탈한 대구 억양으로 "자자, 존경하는 ○○○의원. 그건 그쯤 해 두시고" 하면 핏대 세우던 야당 의원들도 예의를 지켰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 때 야당 의원들은 문희상 의장이 선거법·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는 대가로 '지역구 세습'을 약조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구 세습은 무산됐지만 국회의장 처신에 대한 의문은 남았다. 이만섭이라면 그런 논란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여당 원내총무는 고(故) 박상천이었는데 DJ 앞에서도 할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자기 책임으로 원내교섭에 임했다. 박상천 같은 원내대표를 본 지가 너무 오래 됐다.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은 37%로 일도 적게 했지만 그나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 도입처럼 두고두고 논란이 될 일만 기억난다. 아니면 '민식이법'처럼 대중 감정에 영합하거나. 20대 의원들이 왜소하게 느껴진 것은 내가 나이든 탓도 있을 것이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진영논리 앞에 선 그들이 난쟁이로 보일 때가 많았다. 그 20대 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끝으로 마감됐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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