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억울함 풀어달라" 청와대 청원글 40만 명 동참
2017년 경비원 '갑질'금지 관련법에도 피해 사례 2015년 2건→2019년 27건
전문가 "갑질 피해 발생 시 가해자 처벌 통해 근절해야"
'단지 내 주차 문제'로 시작된 한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A씨가 근무하던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초소 앞에 지난 11일 주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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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민준영 인턴기자] 입주민의 폭행·폭언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 씨 사건을 두고 갑질 피해를 실질적으로 근절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일고있다. 전문가는 갑질로 인한 피해 발생 시 가해자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처벌을 통해 갑질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최 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이중 주차 문제로 입주민 A(49)씨와 시비가 붙었다. 다툼 중 A씨는 최 씨를 관리실로 끌고 가 그를 해고하라고 폭언을 했다.
이후 최 씨는 지난달 28일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그는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이 청원은 21일 오전 9시 기준 41만4,725명이 동의했다.
자신을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해당 경비원이) 정말 좋으신 분이셨습니다"라며 "자기 가족인 것처럼 자기 일인 것처럼 매번 아파트 주민분들을 위해 희생하시는 성실한 분이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중주차로 인해서 자기 차를 밀었다고 사람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매번 폭언으로 힘드셨을 것"이라며 "가해자는 그런 분에게 사죄하는 마음도 없이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모른단 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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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경비아저씨들도 한 가정의 사랑받는 소중한 할아버지, 남편, 아빠입니다"라며 "입주민의 갑질..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으면서 "(가해자에게)엄한 형벌이 나올 수 있게 같이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경비원에 갑질을 할 경우 가해자는 모욕·폭행죄 등으로 처벌 대상이지만, 여전히 욕설 등 폭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효과적인 처벌 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입구 차단봉을 늦게 열었다는 이유로 인중 등을 가격당한 경비원과, 2018년 같은 이유로 "개가 주인한테도 짖느냐"며 폭언·폭행을 당한 경비원 등 경비원 갑질 피해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결과 경비노동자 5명 중 1명 꼴로 갑질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간한 ‘서울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경비노동자 490명 중 92명(19.1%)이 입주민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76명 중 월평균 횟수를 파악한 결과, 월 8.4회의 부당 대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비 노동자 연령이 낮고 1천 세대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일수록 부당 대우 경험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경비원들을 향한 갑질 발생 건수 또한 2015년 부터 2019년 까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택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과 2016년 경비 근무자 대상 폭언·폭행 사례는 각 2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7년 11건으로 증가했고 2018년에는 31건, 지난해는 7월 기준 27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는 경비원에 폭언·폭행 등 갑질을 할 시 처벌을 통해 갑질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법이 제정돼있어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약자인 데다 법은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에 대해 본보기가 될 수 있게 하는 처벌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옳은 일이 아니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주지 않으면 이런 갑질 피해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다수 경비 노동자들은 폭언·폭행 등 피해를 겪어도 해고 등 불이익을 걱정해 적절한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렵다"며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관계부터는 경비 노동자 등 부당한 대우로 고통받는 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관련 법과 제도에 미비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고 갑질 근절을 위해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계속해달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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