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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은 꼭두각시?”…폭스바겐, 인종차별 광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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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폭스바겐의 신형 골프 광고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폭스바겐 SNS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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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광고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1일(현지시간) BBC등에 따르면 폭스바겐 측은 이날 성명을 내 공식 사과하고 문제의 광고를 철회했다.

논란이 된 광고는 폭스바겐이 최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린 ‘8세대 신형 골프’ 영상 광고다. 10초 분량의 이 광고에는 카페 앞에 주차된 노란색 폭스바겐과 흑인 남성이 등장한다. 흑인 남성이 차에 타려 다가가자 화면 가까이에 백인의 손이 나타나 그를 가로막는다. 원근법을 활용한 연출이다. 백인은 남성을 밀어내고, 들어서 옮기더니 손가락으로 튕겨 카페 안으로 밀어 넣는다. 영상에는 여성의 웃음소리와 경쾌한 음악이 배경에 깔렸다.

이 광고를 본 네티즌 사이에선 “흑인 남성이 꼭두각시 같다”, “백인이 흑인을 조롱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카페 상호명 ‘쁘띠 콜린(Petit Colon)’도 지적했다. 쁘띠 콜린은 프랑스어로 ‘작은 정착민’을 뜻한다. 이 때문에 백인이 흑인 이주자를 몰아내는 장면이 연상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슬로건 ‘새로운 골프(Der Neue Golf)도 시빗거리가 됐다. 철자를 조합하면 독일에서 인종차별의 의미가 있는 'neger(더 검게)’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논란 초기 폭스바겐은 “인종 차별 의도가 없었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성명을 내고 “우리가 봐도 광고가 혐오스럽다. 광고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폭스바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주도로 설립된 회사로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차별·비방·혐오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 측은 광고 제작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3년 3월 미국에서 방영된 광고에는 백인 남성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모델이 자메이카 사투리로 “삶을 여유롭게 누려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해 문제가 됐다. 2019년 3월에는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행사에서 “에비트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슬로건을 발표해 물의를 빚었다. 에비트는 영업이익을 뜻한다. 일각에선 2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사용하던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구를 인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영국에서 광고가 성차별을 연상시켜 방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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