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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기고] 넷플릭스 무임승차 막는 첫걸음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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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우리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과 분쟁이 생기거나 한국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해야 하고, 어느 나라 법원에 구제를 요청해야 할까.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는 한국 통신 네트워크에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킨다. 네트워크 인프라에 한 해 수조 원씩을 투자하는데, 망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CP가 일종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의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부담할 책임이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는 망 이용료를 부담시킬 근거가 되는 법제도가 미비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는 이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특히 그 대상을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 특정해보자. 아마 대부분의 국민은 당연히 국내법을 적용해야 하고, 국내 법원으로 가서 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동일한 질문에 글로벌 기업이라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고 답이 달라져야 하는가.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국내법적 규제를 논의하다 보면 꼭 '역차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여 규제가 필요할 때 국민적 합의를 거쳐 규제를 도입해도 해외 글로벌 기업들에는 규제 집행력이 미치지 못하고, 결국 국내 기업에만 규제가 적용돼 역차별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는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내법적 규제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규제 집행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해외 사업자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법제도적 규제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사업자에게 국내 규제를 집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논의를 통해서 공통의 규범을 만들면,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식해 각국은 가능한 그 기준에 맞춰서 법을 정비하려고 노력한다. 이 지점에서 또 다른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라거나 미국에는 없는 규제라는 주장은 보통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문구로 치환되어 입법 반대의 근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입법적 목표가 보편타당한 것이라면, 설사 해외에 사례가 없거나 미국의 법과 다르더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입법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기준과 절차는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게 되지 않았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는 작은 시작일 뿐이다.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규제 입법과 이를 둘러싼 논란은 21대 국회에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회는 본질적인 입법 목적이 무엇인가에 논의를 집중하고, 보편타당한 관점에서 합리적인 규제인지 깊이 성찰해야 하며,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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