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도부, 통합당 워크숍 가서 “시간 달라”
보수진영 총선후 통합 놓고 내홍… 김기선-염동열, 당선자 의견 묵살
한국당 사무처도 “즉시 합당” 반기… 협공 몰린 원유철 “노력” 물러서
배현진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합당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5.2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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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이 총선 후 통합을 놓고 내홍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미래통합당의 21일 당선자 워크숍을 찾아가 9월까지 통합에 시간을 달라고 하자 통합당이 입장문을 내고 한국당과 29일까지 조건 없이 통합한다고 선언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통합당은 이날 오후 4시 10분경 입장문을 통해 “통합당은 조건 없이 29일까지 한국당과 반드시 통합한다”며 “통합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즉시 준비한다”고 밝혔다. 뜨뜻미지근한 통합 논의에 쐐기를 박은 것. 통합당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여당과의) 이기는 협상을 위해서는 통합당과 한국당이 단일 대오로 나가야 한다”며 입장문 배경을 밝혔다.
통합당의 입장문 발표는 다소 전격적이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경 한국당 김기선 정책위의장과 염동열 사무총장은 통합당 워크숍을 찾아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는 합당이 어렵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 워크숍 행사장에서 나온 염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무조건 국민의 약속이라고 (합당으로) 쓸어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가 밝힌 입장은 21대 비례대표 당선자들과 조율되지 않은 의견이었다. 이날 한국당 당선자 전원은 조찬모임에서 29일까지 합당을 마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조기 합당에 미온적인 당 지도부에 결단을 촉구했는데, 오히려 당 지도부는 당선자들의 의견을 묵살한 셈이다. 한국당의 한 당선자는 “지도부의 의견 전달은 당선자들과 교감이 전혀 안 된 것”이라며 “충격적이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당 사무처도 오후 4시 50분경 “즉시 합당을 해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부터 당무를 전면 거부하기로 하며 압박에 가세했다. 통합당 사무처도 보도자료로 즉시 합당을 요구했다.
양당의 당선자 및 사무처의 협공으로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몰린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결국 오후 6시경 “29일까지 당이 합당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합당 문제가 봉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원 대표는 22일 오전 당선자들과 만나 합당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통합당은 이날 워크숍에서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발제자로 나선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통합당 내 개혁파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고, 혁신을 전혀 하지 않는 정당이 됐다”며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은 발제에서 “통합당은 대중과 동떨어져 있다. ‘성장’ ‘반공’ 등 기존 보수 가치에 변화를 가하지 않으면 불리한 지형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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