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퇴임간담회서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꺼내
“文대통령 성격상 아마 못할 것”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사진)이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국정 운영과 21대 국회 운영 방향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치의 본령을 고르라면 먼저가 통합이다. 과감히 통합의 관념으로 확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사면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문 의장은 “그것(사면)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판단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의) 성격을 미뤄 짐작건대 아마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 “참 복도 많은 대통령”이라며 “시종일관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보복의 연장이라는 세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럼 개혁 자체 동력이 상실된다. 이걸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의장은 또 “촛불의 제도화를 위한 첫 번째는 개헌”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을 막으려면 내각제뿐”이라고 말했다. 개헌 추진 시기에 대해선 “남은 2개 연도가 중요하다”며 2022년 대선 전 개헌안 처리를 강조했다.
1965년 서울법대 재학 시절 한일회담 반대 투쟁에 나서며 정치의 길을 걸어온 문 의장은 퇴임 소감에 대해 “평생의 업이자 신념이던 정치를 떠난다니 심경이 복잡했다”며 “그러나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55년 정치 인생에서 197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순간과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순간을 가장 기쁘고 슬펐던 순간으로 각각 꼽았다. 지난 총선 때의 세습 논란과 관련해선 “아들 출세를 위해 지위를 이용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쓰라린 심정을 느꼈다”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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