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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제식구 챙기기’ 개정안 어물쩍 끼워넣은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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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정책연구위원 증원… 20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처리

정원 채우면 추가비용 年14억

여야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0일 억대 연봉을 받는 교섭단체 소속 정책연구위원 정원을 늘리는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임명과 해임을 제청할 수 있어 사실상 당직자 등 ‘제 식구 챙기기’에 활용됐던 자리다. 늘어난 정원을 모두 채울 경우 관련 예산은 연간 14억여 원에 달해 여야가 합심해 세금으로 당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자리 늘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에서 여야는 각 교섭단체 정당에 소속돼 활동하는 정책연구위원의 정원을 67명에서 77명으로 늘리는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임용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책연구위원 임용 개정안은 2016년 발의된 뒤 별다른 논의 없이 일사천리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론 등을 의식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4년간 보류돼 왔다. 하지만 이 법안은 20대 국회 마지막 날 별다른 예고도 없이 본회의에 상정돼 재석 국회의원 208명 중 찬성 184명, 반대 13명, 기권 11명의 표결 결과로 통과됐다.

정책연구위원은 1∼4급에 해당하는 별정직 국가공무원이다. 각 정당 소속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에 배치돼 입법 활동을 보조한다. 문제는 각 당이 이 자리에 관련 상임위 전문가보다는 당직자들을 주로 배치하면서 당직자 인력 적체 해소를 위한 창구로 활용해 왔다는 것. 실제로 현재 1∼3급 정책연구위원 30여 명 대부분이 당직자 출신이다.

특히 정책연구위원은 별도 임기도 없어 각 당 지도부가 편의대로 인사 발령을 낼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한 추가 재정소요액은 5년간 총 70억3500만 원(연평균 14억7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인력(1급 1명, 2급 9명)에 드는 연간 재정 소요는 1인당 1억 원이 넘는 셈이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4년간 숙의를 거쳐 마지막에 처리하는 걸로 된 상황”이라며 “제도에 맞게 예산이나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일할 수 있게끔 각 교섭단체들이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한 국회 관계자는 “여야 정쟁으로 법안 처리율 면에서 역대 최저치인 36.9%를 기록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대해선 한마음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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