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소득양극화 심화
1분기 하위 60% 근로소득 모두 줄어… 가계지출 통계작성후 최대폭 감소
통계청 “2018년이전과 비교 불가능”… 일각 “나쁜 지표 의도적 배제 의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소득 하위 계층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나 지난해보다 소득불평등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는 등 가계의 씀씀이가 줄어 소비지출은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21일 통계청이 내놓은 올해 1분기(1∼3월)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1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감소하며 저소득층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근로소득 감소의 충격은 중산층 가구도 피해가지 못했다. 2분위(하위 20∼40%)와 3분위(하위 40∼60%) 가구의 1분기 근로소득은 지난해보다 각각 2.5%, 4.2% 감소했다. 1∼3분위 근로소득이 모두 감소한 건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812만7000원으로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긴 했지만 아직 상용직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어 근로소득이 줄지 않았다”며 “다만 고소득층 가구도 점점 소득지표가 나빠지고 있어 2분기(4∼6월)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은 근로소득의 감소를 공적연금 등 정부 이전소득으로 메웠다. 올 1분기 하위 20% 가구의 전체 소득은 월평균 149만8000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다만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이 1115만8000원으로 6.3% 늘며 소득계층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41배로 지난해 1분기(5.18배)보다 늘었다.
코로나19로 가구들이 지갑을 닫으며 가계지출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다. 가계의 씀씀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 크게 줄었다.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175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다. 전체 소득 분위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부문별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0%), 음식·숙박(―11.2%)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이와 반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식료품·비주류음료(10.5%) 지출은 늘었고 마스크 구입 등 보건(9.9%) 지출도 증가했다. 교회 등 종교시설 방문이 제한되며 종교 기부금이 줄어든 여파로 비소비지출도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편 통계청은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간에 조사방식이 바뀌어 이번 통계를 2018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소득과 지출 부문을 통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두 부문을 각각 따로 조사했던 2018년 이전과는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나쁜 통계지표를 의도적으로 가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나온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방식을 고의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과 연관된 통계를 두고 조사방식을 자주 건드리니까 통계청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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