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압박에 보물 불상 2점 경매
서화-도자 문화재에 집중 밝혀
27일 경매에 나오는 간송가(家) 소장 금동여래입상(왼쪽)과 금동보살입상. 케이옥션 제공 |
일제강점기 막대한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수집하고 해외 유출을 막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 재정 압박으로 소장한 불교 문화재를 매각하기로 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21일 “2013년 재단 설립 이후 대중적인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며 많은 비용이 발생해 재정 압박이 커졌다”며 “불교 관련 유물을 매각하고 서화와 도자, 전적이라는 중심축에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소장품을 매각할 수밖에 없게 돼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간송가(家)는 소장품 가운데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을 27일 케이옥션을 통해 경매에 부친다. 두 불상의 경매 시작가는 각각 15억 원. 또 다른 소장품인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국보 제72호)과 금동삼존불감(국보 제73호)이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정 압박은 간송의 차남인 전성우 전 재단이사장이 2018년 작고한 뒤 더 커졌다. 재단은 “전성우 전 이사장이 소천하신 뒤 추가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 전 이사장의 유족은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를 상속받았다. 간송미술관이 관리하는 지정문화재는 국보(12건), 보물(32건), 서울시유형문화재(4건)를 비롯해 모두 48건. 지정문화재의 상속은 법에 따라 비과세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 경매에 나오는 두 불상 역시 유족 소유다. 나머지 비지정문화재는 거의 간송미술문화재단에 기부됐다.
전 전 이사장의 아들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49)은 지난해 말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단이 문화재를 기부받은 데 대한 지방세를 내야 한다. 세율이 비교적 높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히 큰 부담이었다. 그간 정리를 못 하고 있었는데 부친 별세를 계기로 재단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간송미술관은 최근까지 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 재원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향후 간송미술관의 현대식 수장고(가칭 ‘훈민정음 수장고’) 신축에 들어가는 사업비 44억여 원 전액이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될 예정이고, 간송미술관으로 쓰이는 보화각 건물의 원형 복원도 지원된다. 전 관장은 21일 전화 통화에서 “(유물 매각 동기에 관한) 여러 억측이 나왔는데, (매각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문화재는 해외 반출이 제한되지만 내국인에게는 문화재의 소재지가 확실하다면 지정문화재도 매매가 가능하다. 케이옥션은 2014∼2018년 지정문화재 경매가 28건 이뤄졌다고 밝혔다. 문화재계에서는 ‘간송 컬렉션’이 흩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국공립박물관이 아니라 개인의 수장고에 들어가면 국민이 향유할 기회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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