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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소비 살려라… 유통업계 안간힘[현장에서/신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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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롯데백화점이 서울 본점 등 6개 점포에서 20∼24일 진행하는 ‘상생 나눔 박람회’를 찾은 소비자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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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철 산업2부 기자


아이더 여성 티셔츠 1만 원, 엘르 수영복 2만 원, K2 트레킹화 5만7000원, 킨록바이킨록 앤더슨 정장 9만9000원…. 정가보다 최대 80% 할인된 이런 가격은 아웃렛이나 마트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인데 서울 시내 어느 백화점 행사에서 책정된 가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은 ‘상생 나눔 박람회’를 서울 본점·노원점, 부산점 등 6개 점포에서 20∼24일 진행하고 있다. 총 63개 파트너사 124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대형 행사로, 이례적인 할인율 덕분에 20일 매출과 방문객 수가 4월 일평균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이번 행사는 임대사업자인 백화점과 세입자인 판매사가 소비 촉진을 위해 서로의 이익을 양보해서 만들어졌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수수료를 최대 50%까지 낮춰 판매사 이익을 높였고, 판매사는 낮아진 수수료를 감안해 상품 가격을 최대 80% 할인해서 내놓은 것이다. 소비자는 백화점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불경기 가운데 쇼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상생 박람회는 한계 상황에 내몰린 판매사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취지도 있다. 20일 롯데백화점 본점 행사장에서 만나본 업체들의 상황은 심각했다. 수영복 판매사의 경우 해외 여행길이 막히고 수영 교습이 중단되면서 입은 피해가 막심하다. 봄여름 시즌이 한창인데도 재고 소진율이 10%도 안 돼 신상품 100벌 중 90벌 이상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정장도 3∼5월이 성수기임에도 취업과 면접, 결혼식 등이 미뤄지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40%가량 하락했다. 정장 재고 소진율도 10∼15%에 불과하다. 패션 상품은 팔리지 않으면 이월 상품으로 분류돼 판매·관리비도 건지기 어려워지고, 이마저도 안 되면 소각 처분해야 한다.

여성복 판매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재난지원금 사용처도 한정돼 있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주 거래처인 업체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며 “이번 박람회 같은 행사가 자주 열려 침체돼 있었던 분위기가 살아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은 유통업계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3, 4월 중소기업 브랜드 매장 관리 매니저 3000여 명에게 100만 원씩, 총 30억 원을 지원했고, 중소 식음료 매장 700여 곳의 수수료도 낮춰줬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에 입점한 적이 없는 중소기업 상품을 지난달 서울 본점에서 소개한 데 이어 6월부터 의정부점, 대구신세계, 광주신세계 등에서 릴레이 행사를 펼친다.

이번 상생 나눔 박람회를 비롯해 곳곳에서 진행되는 상생의 노력들이 경기가 살아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신희철 산업2부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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