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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삼성이 철저한 개혁 하도록 포용하자[동아 시론/조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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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거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노동 3권을 보장하겠으며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까지 말하는 등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파기항소심 재판을 염두에 둔 알맹이 없는 사과라고 비판한다.

보는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및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상처받은 쪽이 주로 이 부회장의 사과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후속으로 제시함으로써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018년 이루어진 삼성과 피해자 양측의 타협과 양보로 만들어낸 삼성전자의 백혈병 직원 문제의 해결 방식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면, 일단은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고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삼성이 직원, 하청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을 중시하고,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지켜보자.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삼성은 애증의 존재였다. 반도체, 휴대전화 등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한국의 대표 기업을 배출한 그룹으로서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배타적이고 오만하며,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조직으로 비치기도 했다. 삼성을 대표하는 이 부회장의 사과를 계기로 삼성과 그 리더십은 부정적 이미지를 바꿀 수 있도록 스스로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그래야 삼성도 살고, 이 부회장도 산다.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함을, 준법을 넘어 윤리경영을 추구해야 한다. 삼성이 글로벌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덕목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추앙받던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를 몰락으로 이끈 가장 큰 요인이 오만함으로 가득한 배타적 조직문화였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선진화된 기업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과를 이끌어낸 준법감시위원회는 과도기적으로는 필요한 조직처럼 보이지만 향후 삼성의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와 경영감독에 대한 핵심 목표들을 설정한 후엔 그 역할을 끝내야 한다. 과도기 동안 삼성은 소속 개별 기업의 이사회를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하는 진정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후 각 개별 회사의 독립적인 이사회가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을 넘겨받으면 된다. 삼성이 진정성을 갖고 이러한 모습으로 조직문화와 지배구조의 개혁을 추구한다면 누가 삼성을 미워하겠는가?

이러한 조직문화의 변화와 모범적 지배구조의 구축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시라도 빨리 변화의 시동을 걸고 그룹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재편될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와 패러다임 속에서도 삼성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와 지배구조 개혁에는 이 부회장이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변화의 동력이 힘을 받을 수 있고 개혁의 진정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녹록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앞장서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조직의 리더로서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고 진정성 있게 개혁을 추진하면 이는 사회적 공감을 받을 것이며, 그가 말한 국격에 맞는 삼성을 건설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몹시 어렵다. 어떤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삼성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이익 나는 사업이 없다고 한다. 밉기도 하고 허물도 있는 삼성과 그 리더십이지만 현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고 스스로 철저한 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사회도 관용과 포용심을 가지고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주고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부회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삼성의 근본적 개혁을 이뤄 우리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존경받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면 우리 사회와 삼성 모두에 득이 아닐까 싶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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