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가 꽃피는 세상] - 천장사
최인호 ‘길없는 길’ 무대가 된 사찰
회주인 옹산스님 사찰의 역사적 의미 되살리려 노력
충남 서산 천장사와 최인호 소설 ‘길없는 길’의 무대임을 알리는 표지석(아래 작은 사진). 동아일보 DB |
충남 서산시 천장사(天藏寺) 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다. 도로에서 많이 들어가지 않는데도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깊은 길의 여운을 준다.
633년 백제 시기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사찰은 근현대 불교의 선맥(禪脈)을 잇는 경허(鏡虛·1849∼1912), 만공(滿空·1871∼1946) 선사가 머무르며 도를 깨친 곳으로 유명하다. 사찰 경내에는 경허 선사 열반송이 적힌 기념탑과 만공 선사의 득도를 알리는 비가 있다.
사찰 입구 바위에는 ‘최인호 문학의 금자탑 ‘길없는 길’의 무대-천장암’이라는 표지가 있다. 과거 이곳은 천장암으로 불렸다. ‘이곳 연암산 천장암은 경허 대선사께서 18년간을 주석하신 정신적 도량으로서 그의 수법 제자인 수월, 해월, 만공이 수행했던 곳입니다. 작가 최인호(1946∼2013)는 그 내용을 주제로 한 소설 ‘길없는 길’을 썼고, 이로써 천장암은 한국문학사에 길이 전하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연이 많은 곳이 천장사다.
수덕사 주지를 지낸 천장사 회주 옹산 스님은 인근 지장암을 복원하는 등 경허-만공 선사의 흔적과 향기를 되살리기 위해 힘써왔다.
최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30일)을 앞두고 천장사에서 만난 스님은 등불을 다는 마음가짐에 대해 “한 개의 등불이 천 년을 밝혀 어둠을 없애고, 하나의 지혜가 만 년의 어리석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스님은 올해 봉축 표어 ‘자비로운 마음이 꽃피는 세상’도 언급했다. “자비는 즐거움과 기쁨을 주고 괴로움을 없앤다. 그런 생각이 있다면 언제나 세상이 봄이다. 아름다운 꽃은 한 주 가기 힘들다. 하지만 영원한 향기의 꽃은 사람 가슴 가슴마다 사랑을 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서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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