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진실규명이 불가피할 정도로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둘러싸고 매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기부금 회계처리 부실에서 할머니 쉼터 매매를 둘러싼 의혹으로 번지더니 이젠 해외 사업을 위한 모금액 사용처까지 의심받고 있다. 소녀상 배지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 낸 기부금 중 5억4000만원이 국세청 공시 자료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정의연 대표 당시 여러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모았고, 그중 일부 사업은 모금액과 집행액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의연에 이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 6명이 생활하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전용하고 할머니들을 홀대해온 정황이 드러난 것도 당혹스럽다. 나눔의집 후원금은 2015년 한·일 합의 이후 매년 20억원 가까이 모여 올해 72억원에 이르고 있지만 할머니들은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직원들이 MBC <PD수첩>을 통해 폭로했다. 시민들이 용돈을 아껴 할머니들을 위해 쓰라고 보낸 기부금이 부동산 매입과 생활관 증축에 쓰였다. 반면 시설은 할머니들의 진료·재활치료·장례비에는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소중히 돌보는 안식처인 줄 알았던 나눔의집이 후원금으로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정의연과 나눔의집을 둘러싼 사태를 수습하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우선 윤 당선인이 직접 나서 제기된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객관적 자료와 함께 소상히 설명하는 방식이 옳다. 시간을 끌수록 정의연의 신뢰 회복은 어려워진다. 나눔의집도 안신권 소장과 이사회가 공개 해명하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자칫하면 위안부 인권운동의 동력까지 꺼질 수 있는 위기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수요시위가 열린 20일 위안부 인권운동의 초창기를 이끌었던 원로 12명이 입장문을 냈다. 이들이 밝힌 대로 위안부 인권운동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우리의 역사를 마주하며, 한국의 역사를 새로 써나갔다. 위안부 인권운동이 지속돼야 할 까닭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운동방식 전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정의연의 운동방식이 피해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아닌 단체를 중심으로 한 운동이었다는 지적을 겸허히 새겨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인권·민족·외교 등 다양한 논쟁점이 얽힌 문제이지만, 피해자 개인의 ‘삶’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소홀히 여기지 않았는지도 자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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