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원장 "現원장이 폭행" 주장
항우연 "당사자에 사과하고 해결"
파벌싸움 하는 사이 연구는 차질
과기부 담당국장 올해만 2번 교체
관리 소홀·전문성 부족 지적나와
◇원장 갑질 논란 불거져
2014~2017년 항우연 원장을 지낸 조광래 전 원장(현 연구원)은 지난 1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임철호 현 원장이 연구원에게 폭언·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조 전 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5월과 12월 임 원장이 술자리에서 연구원에게 폭언하면서 술잔과 안주를 집어던졌다고 한다. 자리에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기관 경영 좀 잘하세요"라고 말하자 임 원장은 연구원의 팔을 깨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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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논란도 불거졌다. 항우연은 지난 1월 조 전 원장을 포함한 고경력 연구원 18명을 부원장실로 전보 발령 냈다. 해당 연구원들은 "연구·개발과 관련 없는 부원장실로 발령 낸 것은 유례없는 인사"라고 반발했다.
과기정통부 감사담당관실이 지난 1~2월 이 문제를 조사했고, 지난달 결과를 내놨다. 감사관실은 "원장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런 일이 언급된 것 자체가 올바른 상황은 아니므로 기관장으로서 윤리 경영에 더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기관장 고유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폭행이냐 아니냐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인 것이고, 당시 상황이나 환경, 피해자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임 원장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항우연 측은 "임 원장은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해결이 된 사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원장 바뀔 때마다 파벌 다툼"
달 탐사 사업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연구 수당 일부를 받지 못했다면서 지난달 1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연구원 16명은 달 탐사 사업이 중단됐던 작년 1~5월에도 연구를 계속 했는데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항우연은 사업 점검을 진행하던 기간이어서 수당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 잡음은 항우연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 등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항우연은 사업 단위로 조직되고, 인적 교류가 드물다.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단위별로 파벌과 알력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탁민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국방과학연구소는 여러 기술 개발 조직이 하나의 사업을 위해 모였다 흩어졌다 하지만 항우연은 조직 간 교류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원장이 바뀔 때마다 특정 사업·연구 분야나 특정 대학 출신을 기용하거나 홀대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장 연구는 차질
우주개발 연구는 차질을 빚고 있다. 2020년 발사하기로 했던 달 궤도선은 2022년 7월로 미뤄졌다. 현장 연구원들은 2018년 초부터 "목표했던 달 궤도선 무게로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계획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지난해 9월에야 계획이 수정됐다. 항우연의 한 박사는 "연구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계획을 수정했다면 지금쯤 성과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또 올해 1월 500㎏ 이하 소형 발사체 기술 개발 등을 위해 '미래발사체연구단'을 신설했다. 기존 중대형 발사체를 연구하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가 있지만 별도 조직을 꾸린 것이다. 항우연 내부에서는 "전·현직 원장 다툼에 기형적인 조직이 나온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항우연의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전문성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거대공공연구정책관(국장급)은 올해만 두 번 교체됐다. 전문가들은 우주청(廳)과 같은 독립적인 정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각 사업단이 임기 3년짜리 원장보다는 예산을 쥔 부처와 직접 소통하려다 보니 조직이 흔들리고 갈등이 발생한다"며 "대통령이나 총리실 산하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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