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코로나로 부산서 출항 못해"
60억원이면 5만원권 12만장으로 무게만 120㎏에 이른다. 이들은 60억원을 여행 캐리어 3개에 나눠 담아 수개월간 도피 생활 거의 내내 갖고 다녔다고 한다. 개당 40㎏인 캐리어는 성인 남성에게도 벅차다. 김 전 회장은 체포 뒤 경찰 조사에서 "캐리어를 들고 다니다 허리를 삐끗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짧은 거리를 가도 택시를 여러 번 갈아탔고 그때마다 캐리어를 싣고 내리는 데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현금을 60억원씩이나 갖고 다닌 이유에 대해 김 전 회장 측근은 21일 본지에 "3명이 부산에서 밀항 자금으로 쓰려 했던 돈"이라고 털어놨다. 여기서 '3명'은 김 전 회장 외에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심모 전 신한금융 팀장을 말한다.
김 전 회장 측근에 따르면, 이들은 체포 2주 전쯤 한 사람당 캐리어 하나에 20억원씩을 넣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브로커가 주선한 선주를 만나 밀항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김 회장은 세 사람의 밀항 가격으로 50억원을 제시했고 나머지 10억원은 해외 도피 자금으로 쓰려 했던 걸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밀항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화물을 싣지 않은 빈 배가 밀항자 3명만 태우고 외국으로 출항하기가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결국 김 전 회장 등은 120㎏ 무게 60억원 현금 다발을 다시 서울로 가지고 와야 했다. 그들은 기동성을 위해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55억원을 물품보관소에 맡겼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다음 날 김 전 회장이 경찰에 꼬리를 잡혀 모두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검경 조사에서 밀항 계획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금천구의 사설 물품보관소에서 월 25만원을 주기로 하고 반(半)평 남짓한 저장 공간을 빌렸다. 이런 유의 사설 보관소는 이따금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다. 해당 보관소는 각기 다른 크기의 방들이 고시원 비슷하게 붙어 있는 구조로 당사자만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주고 방 하나씩을 대여해주는 곳이었다.
[박국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