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도시 도약하는 서울시]
세종대로 왕복 6~9차로로 줄여 서울광장 두배 면적 인도 조성
퇴계로 2.6㎞ 구간 차로 줄어들면 동대문~서울로 7017 도보로 연결
맛집 많은 을지로는 4차로로 축소… 돈화문로, 경복궁~남산 새 코스로
지난 18일 서울 중구 회현역 부근 퇴계로 왕복 4차로 사이 널찍한 보행공간(사진 가운데)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이 길은 서울역 인근 공중보행로인 '서울로7017'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광희동 사거리까지 2.6㎞ 구간에 보행공간을 넓히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퇴계로는 걷기 편한 길로 탈바꿈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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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주요 도로들이 걷기 편한 길로 속속 탈바꿈하고 있다. 4대 궁궐과 종묘, 남산, 서울성곽, 대학로, 북촌, 서촌, 전통시장 등 도심 명소를 촘촘하게 이어주는 보행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힙(hip·유행에 밝은)지로'라고 불릴 정도로 맛집·멋집 밀집지역으로 각광받는 을지로도 한결 걷기 편한 거리로 바뀐다. 을지로는 시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까지 2.5㎞ 구간에 이어져 있다. 이 중 '힙지로' 구역은 을지로 2~4가다. 6차선 도로 양옆으로 도기와 타일, 조명기기와 공구들을 다루는 가게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고 골목 안쪽으로 오래된 가게, 새로 둥지를 튼 카페나 공방들이 보물처럼 숨어 있다. 대로변부터 미로처럼 숨어 있는 골목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서울시는 이곳에 오는 8월부터 40억2360만원을 투입해 퇴계로와 비슷한 방식으로 왕복 6차로를 4차로로 줄여 보도를 넓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을지로 특유의 정감 어린 분위기를 살려내면서도 훨씬 걷기 편한 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로축뿐 아니라 세로축 도로도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남은 공간은 보행자에게 돌아간다. 종로3가에서 충무로역사거리를 잇는 돈화문로 1㎞ 구간은 현재 한 방향 4차로로 돼 있지만, 올해 10월부터 27억4500만원을 들여 도로 너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공사가 시작된다. 길이 말끔히 정비되면 경복궁·인사동에서 청계천을 지나서 명동·남산 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보행 코스가 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광장시장·종묘·세운상가와 인접한 종로4가에서 청계천을 건너 퇴계로 4가로 연결되는 900m 4차로도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9개월 공사를 통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보행 공간이 생긴다.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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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8~12차로가 시원스레 닦여 있는 세종대로도 도로 다이어트의 예외는 아니다. 광화문광장 남쪽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서울역교차로까지 이어지는 1.55㎞를 왕복 6~9차로로 줄이고 보행자길을 넓히는 공사가 이달 시작됐다. 예산 182억9000만원이 투입된다. 1만3950㎡(4220평) 넓이의 보행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청 앞 서울광장(6449㎡) 면적의 두 배가 넘는다. 시는 차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기 위해 주민·상인 대상 사업설명회를 사전에 진행했다.
보행자들을 위한 도로 다이어트는 내년 이후에도 이어진다. 우선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국은행으로 이어지는 소공로 570m 구간이 걷기 좋은 길로 탈바꿈한다. 이곳은 시청과 남대문시장을 잇는 지름길 역할을 했지만 인도 폭이 1m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란 곳이 많아 걷기엔 불편했다. 청계6가에서 광희동 사거리를 잇는 장충단로 650m도 대형 쇼핑몰들이 밀집해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맞은편 보도를 넓힐 계획이다. 동대문 일대를 찾는 한류 관광객과 쇼핑객들의 보행 편의도 높아지게 된다. 독립문·사직공원·경복궁·종묘를 연결해주는 사직로와 율곡로, 도심 서쪽과 외곽을 잇는 서소문로·통일로도 순차적으로 걷기 좋은 거리로 거듭난다. 공사 중이거나 계획된 보행자길이 대부분 지하철 노선과 겹치기 때문에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민들도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주민 최수연(54)씨는 "걸어 다니거나 중간중간 쉬어가기에도 좋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도심 도로를 보행 친화적으로 바꿔가면서 서울은 명실상부하게 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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