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마작 알려지자 사표 제출
검찰청법 개정 좌초 이어 악재
아베, 정치적 구심력 급속 약화
슈칸분슌 보도에 따르면 구로카와 검사장은 지난 1일 평소 알고 지내던 산케이신문 기자 집을 저녁 늦게 방문했다. 이곳에서 산케이신문 기자 2명, 기자 출신의 아사히신문 직원 1명과 함께 밤새도록 마작을 했다. 약 7시간 동안 마작을 한 후 2일 새벽 산케이신문 기자가 준비한 임대 차량을 이용해 귀가했다. 이 매체는 그가 코로나 긴급사태 중에 최대한 피해야 하는 밀집·밀폐·밀접의 '3 밀(密)' 장소에서 도박하고 기자로부터 편의를 받은 것이 위법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자체 조사에 나선 아사히신문은 이들 4명이 지난 3년간 매월 2~3회 내기 마작을 해왔으며 지난달 긴급사태가 시작 후에도 총 4차례 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1회에 1인당 최고 2만엔(약 23만원)가량을 따거나 잃었다고 한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이날 사임 발표문에서 "일부 보도 내용이 다른 것도 있지만 긴급사태 기간 중 저의 행동은 긴장감이 결여됐으며 너무 경솔한 것이어서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했다. 원래 그는 지난 2월 7일 63세가 돼 정년퇴직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지난 1월 31일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그의 정년을 연장하는 특별 조치를 취하면서 논란이 됐다. 검사의 정년이 만 63세로 검찰청법에 규정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일이었다. 아베 총리는 공무원의 퇴직으로 공무에 현저한 지장이 생길 경우엔 퇴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했다며 이를 정당화했다. 그 후 구로카와 검사장은 이나다 노부오(稻田伸夫) 현 검사총장이 오는 8월 임기 2년을 마치고 물러나면 그 후임에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교도통신은 법무성 관방장, 사무차관을 역임한 그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비롯해 아베 정권 핵심 인사로부터 '총애'를 받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야당과 언론은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 연장을 '아베 정권의 검찰 장악 시도'로 규정해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베 정권이 추진한 것이 검사 정년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었다. 이 법안은 일반 검사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되, 차장검사 이상의 간부들이 63세가 될 때 정년 심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 역시 '검찰 길들이기'로 인식돼 전국적으로 반발이 일었다.
아베 총리는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18일 검찰청법 개정안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불과 3일 만에 다시 '마작 스캔들'이 발생했다. 그는 이날 저녁 기자단에 "총리로서 당연히 (구로카와 검사장 정년 연장에) 책임이 있다"며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번 사태 책임을 이나다 노부오 현 검사총장에게 돌리며 검찰 조직을 뒤흔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총리 관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나다 총장의 감독 책임을 문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마작 스캔들에 사원이 연루된 아사히신문사는 "불요불급한 외출을 삼가도록 호소하는 상황에서 지극히 부적절한 행위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사는 "본사 기자 2명이 부적절한 행위를 한 데 대해 사죄한다"고 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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