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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지원금 풀어도, 통계방식 바꿔도… 빈부差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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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고소득자 더 벌고 저소득자는 제자리, 1분기 소득격차 5.4배로

코로나에 가계지출 6% 감소, 사상최대… 저소득층선 10% 줄어

작년 5.8배 나던 소득격차, 새 통계방식 적용하자 5.2배로 좁혀져

대통령 직속 기구인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홍장표 위원장은 지난 13일 '소득주도성장, 3년의 성과와 2년의 과제' 토론회에서 "일자리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공적이전소득 강화를 통해 가계소득과 소비가 뚜렷하게 늘고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성과가 확인됐다"고 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1분기 가계 동향은 현실이 홍 위원장의 말과는 반대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이 '반쪽 통계'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조사 방식을 바꾼 통계도 이런 현실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했다.

◇정부 지원금 늘었는데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계층이 거둔 이전소득(정부에서 받는 보조금, 가족으로부터 받는 용돈 등)은 월평균 6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그러나 전체 소득은 149만8000원으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근로소득이 53만원에서 51만3000원으로 3% 감소한 영향이 컸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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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급격히 늘고 있다. 5년 전인 2015년 1분기에는 1분위 소득에서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43%, 30%였다. 올해는 근로소득 비율이 34.2%로 낮아진 대신 이전소득 비율이 46.5%로 높아지면서 역전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일해서 번 돈보다 정부 등의 도움으로 번 돈이 전체 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그런데도 소득 분배는 더욱 악화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15년 1분기 4.86배에서 올해 1분기 5.41배로 껑충 뛰었다. 숫자가 높을수록 최저소득층과 최고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소득이 증가하는데도 소득 분배가 악화하는 이유는 일용직 등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면서 근로소득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기업 등 정규직을 포함한 고소득층은 현 정부 들어 근로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이전소득마저 고소득층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1분위와 2분위 계층의 이전소득은 각각 2.5%, 1.6%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9.5%, 18.2% 늘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소득 계층에서 고액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재난소득과 아동돌봄쿠폰 등 소득과 상관없이 무차별로 살포한 현금성 지원 사업이 2분기 소득 분배를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코로나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전체 가구의 소비가 역대 최대 폭(6%)으로 감소한 가운데, 소득이 늘지 않은 저소득층은 더 혹독하게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1분기 소득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역대 최대 폭인 10% 감소했지만, 절반 이상(53%)이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상태로 집계됐다.

◇조사 방식 바뀌었는데도…

이번 통계는 조사 방식이 현 정부 들어 두 번째로 바뀐 뒤 나온 첫 가계동향조사다. 원래 소득 관련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까지만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소득 주도 성장'을 앞세운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2018년 이후로도 소득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도록 했다. 2017년 4분기 소득분배가 개선된 것으로 나오자 소득 주도 성장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통계를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작 2018년 1분기와 2분기에 소득분배가 악화한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오자 다시 정부·여당에서 통계 표본과 조사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현 강신욱 청장으로 교체됐다. 강 청장은 부임 후 2019년부터는 소득과 지출을 같은 표본에서 함께 조사하는 것으로 조사 방식을 다시 변경했다. 이 때문에 같은 가계동향조사가 2016년 이전, 2017~2018년, 2019년 이후 등 셋으로 단절됐다.

무리하게 통계 조사 방식을 변경한 덕에 지난해 소득분배는 다소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존 방식으로 조사하면 지난해 1분기 5분위 배율이 5.80배가 되는데, 올해 새로 바뀐 방식을 적용하자 5.18배로 낮아진 것이다. 대신 가계동향조사의 본래 취지인 시계열 분석은 어려워졌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소득이 늘어나고 있는지, 분배가 개선되고 있는지 등을 한눈에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2019년의 두 가지 수치 중 어느 쪽이 사실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존 통계를 끊는 방식이 아니라, 중단될 것을 재개하면서 개선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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