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양회 개막날에 재뿌린 美… 양국 관계 최악 치달아]
폼페이오, 시진핑까지 직접 거명하며 "악랄한 독재정권" 직격탄
中도 "美가 사실 무시하고 거짓말" "세계평화 公敵 될것" 총공세
美, 동맹국 위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노려… 新냉전 양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며 "이 얼간이(dope)에게 세계적 살상을 저지른 건 중국의 무능이란 것을 누가 설명해 달라"고 썼다. 앞서 궈웨이민(郭衛民) 정협 대변인이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브리핑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실명을 거론하며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시 주석은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중국이 투명하게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으나 그렇지 않다"면서 "중국은 1949년부터 악랄한 독재 정권의 지배를 받았다"고 했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밤 트위터 다섯 건을 올려 "나를 따르면 살고 반항하면 죽는다는 것이 미국식 과학이고 민주주의냐"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WHO의 중국 편향을 문제 삼은 데 대해서도 "WHO 수뇌부의 90%는 미국인"이라고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의 정치제도를 공격한 데 대해 "사실을 무시하고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그가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은 국제적으로 이미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폼페이오 장관 등은 불난 틈에 강도질을 했다(코로나 위기를 틈타 정치 선동을 한다는 뜻)"며 "그들은 세계 평화의 공적(公敵)이 돼 자기 몸에 불을 지르는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거친 언사를 쏟아낸 것은 '코로나 책임론'을 고리로 중국을 세계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명분 전쟁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중국 고립 전략은 트럼프 정부가 최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란 친미(親美) 경제블록 구상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동맹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 생산기지를 무력화하고, 미·중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 산업 경쟁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起)'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자국 제조업 중시는 트럼프 정부의 근간 정책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필수산업 기지가 중국에 쏠려 있음이 확인된 뒤 EPN 구상 등을 통해 보다 강화됐다. 중국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돌리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인도·베트남 등 인건비가 싸고 미국에 가까운 국가들로 돌려 세계 공급망을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애플사 등 중국에 간 미국 기업들을 향해서도 강력한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 번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미국은 EPN 구상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동맹국들에 미·중 양국 중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런 블록화는 결과적으로 '신(新)냉전'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개별 기업에도 노골적으로 선택을 강요한다. 크리스토퍼 포드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차관보는 20일 "각국이 화웨이 같은 중국 기술기업들의 안보 위협을 알아챈다면 점점 더 중국 생태계 밖의 공급자를 찾을 것"이라며 "한국 삼성전자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요구에 화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 새 공장을 미 애리조나주에 유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근도 뒤따라온다. 미국은 21일 중국에 맞서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집권 2기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1억8000만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신형 어뢰를 판매하기로 했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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