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봄 정기 세일에 돌입한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내 매장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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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은 두터워졌는데 당최 돈을 쓰지 않는다. 1분기 가구 평균 월 141만원씩 흑자를 봤는데, 지출은 오히려 대폭 줄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돼 조기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정부가 일시적으로 준 지원금 등이 늘어나 흑자는 달성했지만, 소득의 정기성이 떨어지는 탓에 소비를 줄인 영향이다.
그 사이 납부 의사와 상관 없이 부과되는 세금 지출은 늘었다. 사실상 세금 성격인 사회보험료 역시 대폭 늘어나고 금융권에 갚아야 할 이자비용도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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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사업소득 대신 지갑 채워준 국가지원금·퇴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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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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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통계청의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가구별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보다 1.8% 증가한 352만90000원이었다. 사업소득은 93만8000원으로 2.2% 증가에 그쳤다.
대신 이전소득이 4.7% 늘어난 69만6000원이었다. 이전소득 중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금 등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은 13.4%늘어난 45만2000원. 가족 등으로부터 받는 사적이전소득은 오히려 8.2% 줄어든 24만4000원이었다.
경상소득은 2.4% 증가에 그친 520만8000원이었다. 이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이자·배당금 등 재산소득, 공적·사적 이전소득 등 비교적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소득들이다.
반면 경조소득, 퇴직수당, 실비보험 등 비경상소득은 79.8%나 늘었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조기퇴직·희망퇴직 등이 일어나면서 퇴직수당이 많이 포함됐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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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흑자 가계부에 지출 증가 엄두도 못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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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현장 신청 첫 날인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을지로지점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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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늘었지만 정기성·예측 가능성이 적다보니 실제 지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크게 뒷걸음질쳤다.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으로 6.0% 줄고 비소비지출은 106만7000원으로 1.7% 줄었다.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0%), 음식·숙박(-11.2%) 등의 지출이 대폭 줄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영화관·공연장을 찾지 않고, 외출과 여행을 멀리 한 영향이다. 마스크 구입 등 보건 지출은 9.9% 늘고 가구내 소비 증가에 따라 식료품·비주류음료도 10.5% 늘었지만 전체 지출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9만1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1% 늘었다. 이 중 소비지출로 이어지지 않은 흑자액은 141만3000원으로 38.4%나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중 흑자액의 비율인 흑자율은 23.9%로 지난해 1분기보다 7.9%포인트 올랐다. 이를 제외한 소비지출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7.9%포인트 하락했다. 소득이 늘었지만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만들어진 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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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금·사찰 헌금 줄이는데 세금·사회보험료는 대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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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오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사를 중단한 서울 중구 명동성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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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를 졸라매다보니 소비지출 외에 비소비지출도 줄었다.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6만7000원으로 1.7% 줄었다. 경조사비와 용돈 등 가구간 이전지출은 10.1% 줄어든 28만5000원, 종교단체 성금이나 기부금 등 비영리단체 이전지출은 12.7% 줄어든 10만2000원이었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교회나 사찰 등에 가지 못하면서 종교 기부금이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근로소득세, 재산세 등 언제나 부과되는 세금인 경상조세는 22만원으로 1.3% 늘었다. 사회보험료도 10.7% 늘어난 17만5000원을 지출했으며 이자비용은 7.2% 늘어난 10만8000원을 썼다.
/자료=통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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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최우영 기자 young@,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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