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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시위할 권리 존중"vs"어린이집 아이들 무슨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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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편집자주] 삼성생명과 암 진단을 받은 일부 암보험 가입자들이 3년째 분쟁 중이다. 치료나 요양을 해야 할 환자들이 보험사를 점거하고 위험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안 주는 것일까, 못 주는 것일까. 벼랑끝으로 치달은 암 보험금 분쟁의 쟁점을 짚어본다.

[서초동 암 입원비 전쟁]-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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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암모 회원들이 삼성 서초사옥 앞 도로에 누워 시위하고 있다./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지난해 말 청와대 앞에서 범투본(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등 단체들이 장기간 노숙 농성을 벌이자 인근 맹학교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이동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탄원서를 냈다. 집회 소음은 학습과 보행 등 생활 대부분을 소리에 의존하는 맹학교 학생들에게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투본 등 단체에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소음을 제한하는 등을 내용으로 한 ‘제한통고’를 내렸다. 법원 역시 야간 집회 금지는 “인근 주민의 주거와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존재한다”며 경찰의 처분을 유지했다.

‘보암모’(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는 2018년 11월부터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서울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장기간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수시로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고 스피커로 시위 노래를 트는데 특히 주변 어린이집 아동의 피해가 극심하다.

시위 이후 어린이들 학습권이나 낮잠시간, 산책시간 등 기본적인 생활을 빼앗겼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아이들이 대화를 해야 하는데 소음에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한다”며 “점심 먹고 낮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는 확성기에서 나오는 구호나 날 것 그대로의 욕설이 선명히 들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말을 할 줄 아는 4살만 돼도 ‘무섭다’,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표현하며 정서적인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며 “시위가 무섭다고 부모에게 하도 말해서 작년 말에 퇴소한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시위대가 하는 욕설을 아이들이 무심결에 따라 하거나 시위대가 트는 장송곡을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도 한다. 어린이집은 기겁을 한다. 이 어린이집에 4살 손녀를 맡긴 한 학부모는 “(시위에서 나오는) 욕과 노래를 다 따라 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시위할 권리를 인정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은 보호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보암모는 주변에 피해를 주고 있는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지만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앞에서도 시위해 보고 다 해봤지만 들어주지 않아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다.

김근아 보암모 공동대표는 “소음을 내 어린이집 등 주변에 불편 끼쳐 미안한 마음”이라며 “하지만 우리도 피해자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삼성생명이 계약 당시 약관을 무시하고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삼성생명은 ‘직접치료’ 목적일 때만 입원비를 준다고 한다”며 “하지만 20~30년 전 암 보험에 가입할 때는 그런 내용이 없었고 설명도 듣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서로의 권리가 충돌되는 만큼 법적 조치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 권리나 교육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일부 시위 시간을 조절하는 등 서로 사회적 배려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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