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상가 점유자가 복도, 현관, 로비 등 건물 공용부분까지 시설을 설치해 자기 공간처럼 영업한 경우, 공간 반환은 물론 공간 무단 점유로 챙긴 부당이득까지 물어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1일 A상가관리단이 이곳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상가 주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A상가 1층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면서 상가 밖 복도와 로비에 퍼팅연습기, 신발건조세척기, 카운터, 주방시설 등을 들여 놓고 복도와 로비를 자기 공간처럼 사용했다. 출입구 중 한 곳을 골프연습장 출입구인 것처럼 안내판을 세워 다른 상가이용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상가관리단은 B씨가 상가 공용부분을 무단 점유하면서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아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차지한 공용부분을 반납하고, 월세 200만원으로 계산해 그동안 누려온 부당이득을 토해내라고 했다.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하려면 '타인의 손해'가 있었음이 증명돼야 한다. 관리단은 B씨가 그동안 공용부분을 사용한 값을 납부하지 않아 관리단과 다른 상가 소유자들이 간접적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논리를 폈다.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상가관리단의 요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었다. 상가 점유자가 공용부분을 무단 점유했다고 해서 다른 점유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그간 대법원의 태도였다.
공용부분은 말 그대로 모두가 쓰는 공간이고, 누가 이 부분만 따로 떼어내 매각하거나 임대차 등 수익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무단 점유했다고 해서 남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용부분을 무단점유한 구분소유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공용부분을 점유ㆍ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하고 이에 반대되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전부 변경했다.
다수의견은 "집합건물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한 구분소유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고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해당 공용부분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했다.
이전까지의 판례에 대해 대법원은 "공용부분이 구조상 별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지 또는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인지는 부당이득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용부분을 정당한 권원 없이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한 자가 그로 인한 이익을 누렸는데도 다른 구분소유자들에게 손해가 없다고 봐 부당이득을 부정한다면 이는 무단 점유자로 하여금 점유ㆍ사용으로 인한 모든 이익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부당이득제도의 취지인 공평의 이념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의 무단 점유ㆍ사용에 대해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해당 부동산의 점유ㆍ사용으로 인한 이익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그 부동산 사용에 관하여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약정되었을 대가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공용부분만 떼어내 수익을 낼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공용부분까지 이용하게 해주는 것으로 계약했을 때 더 받아낼 수 있는 이익이 있다면 공용부분 무단 점유도 부당이득 반환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로써 종전 판례에 따라 B씨는 무단 점유한 공용부분은 반환하되 월세는 낼 필요 없다고 한 2심 판결은 깨졌다.
이에 대해 박상옥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로비 등 집합건물 전체의 유지와 관리를 위한 필수적 공용부분은 그 용도에 따른 사용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며 "구분소유자들에게 해당 공용부분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이익이나 소득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