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재원, 일자리 지키려면 주력 기업 살려야 판단
22년만에 노사정 대표자 회의까지 '고통분담' 호소 해석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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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불황 방어에 나선 정부 정책 기조가 조금 변한 모습이다.
감염병 확산 초기 중소업체 지원에 우선순위를 뒀다가 최근 들어 규모가 큰 기업을 살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후폭풍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고용 등 산업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 생존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주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대로 신청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과 해운에 우선 투입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 해당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은 차입금 5000억원, 직원 300명 이상 기업 중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도가 이 범주에 해당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LCC(저비용항공사)에 한정해 3000억원 대출에 나섰던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초체질이 강한 중견·대기업까지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자 이대로 가다간 기존 고용유지도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또 국민 재난지원금, 착한소비 등을 통한 소상공인 지원이 효과를 보려면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산업생태계 유관 효과가 큰 기업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앞서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회사채·기업어음(CP) 및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 등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는 점도 기간산업안정 기금을 대기업에 우선 투입하기로 결정한 배경 중 하나다.
다만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LCC들은 회사가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만큼 경영여건이 어려운 기업 중심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 지원 기조 변화는 최근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일자리 충격이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제조업으로 번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를 열고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와 경제계 간 협력만으로는 위기극복이 어렵다고 보고 대기업 및 중소기업, 노사 간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조선업 부진이 기계, 석유화학, 철강, 정유 등 후방산업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일감 위축이 현실화되자 각 경제주체들의 대승적인 협력을 주문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실물경제 충격으로 매출 격감과 대규모 영업적자로 내몰린 기업들과 정부 지원만으로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비용을 물리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이를 고려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사 간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 역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주재하고 각 주체가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주체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2년만이다.
이 관계자는 "정 총리가 각자 입장만 고집하면 작은 결실도 거둘 수 없다고 호소한 것은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며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미리 조율하고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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