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재고 면세품 언제 풀리나? "7월은 돼야 한다"는 속사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일반 상품 국내유통채널 판매 가능해졌지만… 브랜드 협상 등 실제 판매위해선 해결할 일 산적]

머니투데이

코로나19 여파로 김포공항 내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이 휴점에 돌입한 12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 문이 내려가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을 일반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코로나19(COVID-19) 유탄을 직격으로 맞은 면세점에 숨통이 트이나 했지만, 한달이 다 되어 갈 때까지 별다른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최소 한달은 더 기다려야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각 브랜드 별로 만나 협상을 해야하는 데다가, 중간유통사를 선정하고, 가격을 정하는 등 실제 판매가 이뤄지기까지 면세점들이 해결해야할 일이 산더미여서다.

2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 3사는 재고 면세품을 일반 상품으로 국내 유통채널에 판매할 수 있도록 각 브랜드, 중간유통사 등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팬데믹)으로 하늘 길이 막혀 면세점들의 매출이 급감하자, 이례적으로 '면세품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국내 면세점 업계가 물류창고에 쌓아둔 3조원 안팎의 재고 물품 중 6개월 이상 안 팔린 장기재고품에 한해서다. 재고품은 일반적인 수입품과 똑같이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국내 일반 유통채널에 풀릴 예정이다. 판매 기한은 10월29일까지 6개월이다.

판매 기한이 정해진 만큼 면세업계의 마음도 초조한 게 사실이다. 1분기 실적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기에 2분기부터의 실적을 조금이나마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재고품 처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실제 판매가 성사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게 면세점들 설명이다.

먼저 면세점들은 재고품목 중 판매가 가능한 품목에 대한 리스트를 정리했다. 이 품목들을 판매하려면 또 각 브랜드 별로 업체를 만나 양해를 구해야한다. 문제는 브랜드 입장에선 굳이 이 같은 '헐값 판매'에 동의할 이유가 없어 협상이 어렵단 것이다.

머니투데이

[인천공항=뉴시스]홍찬선 기자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국내에서 확산된지 100일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은 인천공항은 예년보다 이용객이 95%이상 급감해 일평균 3000~4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한산하다. 2020.04.27.mania@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면세품은 면세업 구조상 모두 면세점 사업자들이 에이전트를 통해 구매(사입)해 물류창고에 쌓아두고 판매한다. 그동안 면세점들은 규정상 팔리지 않은 재고품을 반품하지 못한 경우 소각해 처리해왔다. 브랜드 입장에선 면세점에 물건을 팔았으면, 이미 판매 대금을 모두 받은 상태이므로 혹여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지도 모르는 헐값 판매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해외 명품 브랜드들과는 협상이 아예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각 면세업체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재고해달라며 각 브랜드와 만나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협상도 어려운데, 그 많은 브랜드사를 하나하나 만나 협상해야하니 시일이 오래걸린다.

일부 브랜드사가 재판매를 허용했더라도, 할인률을 두고 각 브랜드와 다시 협상해야한다. 이미 6개월 이상 지난 재고품이라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있으니 헐값에라도 판매하고픈 게 면세점들 입장인데, 각 브랜드사는 이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고 일반 유통루트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 가격까지 영향을 줄까 두려워해서다.

판매처를 찾아야하기 때문에 중간유통사(에이전트)를 정하는 데도 고심이다.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에 한번에 팔아버리면 편하지만, 매입채널이 충돌하기 때문에 그 마저 어렵다.

백화점·아울렛에 이미 해당 브랜드가 입점해있는 경우 백화점·아울렛은 보통 브랜드가 직접 입점해 상품을 팔고, 면세점은 에이전트를 통해 구매해온 상품이라 채널이 충돌한다. 자칫 같은 상품인데 입고 채널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격이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백화점·아울렛은 각 브랜드사와의 관계나 가격 안정성 등을 위해 면세 재고품 판매를 꺼리고 있다.

결국 e커머스,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면세점들은 각 유통채널에 물건을 잘 납품해줄 중간유통사를 정해야하고, 이들에게 중개수수료를 얼마나 줄지를 또 협상해야한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어 이 역시 난항이다. 중간유통사는 면세점에서 재고품을 산 뒤 각 유통채널에 납품해야하지만, 워낙 재고품 원가 규모가 큰 데다가, 면세점들의 악성재고를 떠안을까 두려워서다. 중간유통사 입장에선 판매기한이 10월 말까지로 짧은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 면세점들은 각 품목 별로 FTA(자유무역협정) 등이 맺어진 국가 생산품인지 여부를 따지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일일이 계산 중이라 또 한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일을 해본 경험이 없어 더 더딘 측면도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더 협상을 해봐야하지만 아마 '중저가 브랜드' 패션 잡화 위주로 판매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며 "면세점들이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서, 정말 빨라도 6월, 아마도 7월은 돼야 일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