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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코로나 넘어 ‘트럼프 변수’, 불안 커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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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불확실성 커지며 촉각

하반기 경영전략 초미의 관심사

북미 수출·투자 비중 클수록 긴장

“미 대통령 재선문제 언급은 금기”

“미국 우선주의 강화땐 큰 변화”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전략으로

글로벌환경 급변하자 대응 부심

자본시장선 ‘재선 실패’ 베팅 늘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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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넘어 이젠 ‘트럼프 변수’.

미국 대통령선거(11월3일)가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둘러싼 ‘사건발생 확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 수출·투자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이런 모습은 역력하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 못지않게 ‘트럼프 재선’ 여부가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중대 변수의 한 축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5월 들어 21일까지 국내 투자증권회사들이 내놓은 산업·업종 리서치보고서 가운데 37개가 ‘트럼프 재선’을 언급하고 있을 정도로 자본시장에서도 바야흐로 ‘트럼프 재선’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투자를 보류해놓고…”

21일 <한겨레>가 삼성·현대자동차·에스케이(SK)·엘지(LG)·포스코·한화 등 6대 주요 기업에서 투자·경영전략 수립에 직접 관여하거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부)사장급 고위임원들과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 임원 등을 취재해보니,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도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마다 ‘트럼프 재선’ 확률 및 동향을 경영전략의 핵심 변수로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6개 그룹은 공장투자 및 제품 생산·판매에서 북미시장 비중이 크고 지난 3년여 트럼프 집권 동안 ‘미국 우선주의’ 무역통상 정책에 큰 영향을 받아온 기업들이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현직 미국 대통령 재선 문제는 우리 민간기업들로서는 언급을 꺼려야 할 민감한 금기 사항”이라면서도 “예컨대 (미국이 아닌) 멕시코 같은 북미지역 신규 투자를 고려해온 기업들이라면 일단 투자를 보류해놓고 대선 결과 이후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ㄱ기업 고위임원은 “특히 현지에 거점을 두고 생산·판매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재선 여부뿐 아니라 대선 자체가 주는 영향에도 주시하고 있다”며 “대선이 임박하면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이행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ㄴ기업 고위임원은 “코로나19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되고 자국산업 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 해외기업과 관련해 어떤 정책들이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보호무역주의, 공화당이 자유무역 기조였는데 트럼프는 좀 특이했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도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선 여부는 미-중 무역분쟁 등을 고리로 우리 주요 수출기업들에겐 경제환경의 거대한 변동을 초래하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ㄷ기업 고위임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 강화에 대비해 미국 현지공장 투자·건설을 확대해왔다”며 “재선으로 판명될 경우 미국 우선주의가 더 강화되고, 코로나로 가뜩이나 수요가 축소되고 공급망도 불안한 상황에서 일부 제품의 사업 환경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전망도 있다. ㄹ기업 고위임원은 “선거 결과가 회사의 북미 및 글로벌 사업전략 수립에 변수가 되겠지만 지금의 미-중 역학관계나 자국 우선 정책 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시장은 ‘재선 실패’ 확률에 베팅?

코로나19에 휩쓸려 재선 판도에 격동이 일자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중국 때리기’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최근 국면도 기업들이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과정에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원천’이다. 또 다른 경제단체의 고위임원은 “우리 글로벌 기업들이 트럼프 재선 변수를 비중 있게 고려하고 있는데, 재선을 위해 트럼프가 미-중 무역분쟁과 긴장을 고조시킬 여지가 커 글로벌 시장환경 변화에 맞춘 대응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중 ‘경제 신냉전’이 격화하는 와중에 몹시 까다롭고 복잡한 코로나19 검역과정을 무릅쓰고 중국행을 선택한 배경을 놓고도 “미국 대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무역협회는 트럼프 재선 동향이 글로벌 무역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파악·분석해보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분석 결과를 회원 기업들에 세미나 등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주요 기업들이 ‘재선’ 언급을 극도로 삼가는 것과는 달리, 자본시장의 증권투자리포트들은 5월 들어 ‘재선 실패’ 확률에 베팅하는 쪽이 확연히 늘고 있다. 19~20일 교보·키움·유진투자·한화투자·현대차증권 등은 리서치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처 미흡, 경기 침체 등으로 트럼프의 재선 실패 가능성이 상승하고 있다”고 일제히 내다봤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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