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증권가의 격언이 무색해졌다.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힘에 눌렸다. 5월 들어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3조원 가량 ‘팔자’에 나섰지만, 개인은 이를 모두 받아내며 지수를 오히려 끌어올렸다. 업그레이드된 개미의 위력을 증명한 대목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보다 8.67포인트(0.44%) 오른 1998.31에 마감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7.26포인트(1.02%) 오른 716.02,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0.6원 오른 1230.90원에 마감 했다. 2020.05.21. 20hwa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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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순매수 ‘셀 인 메이(Sell in May)’ 무력화
21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과 함께 2000선을 돌파, 장 중 한때 2004.95까지 오르며 지난 3월 6일(2040.22) 이후 약 3개월만에 2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기관이 차익매물을 쏟아내며 전일 대비 8.67포인트(0.44%) 상승한 1998.31로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은 5월 들어 13거래일 동안 각각 2.6%, 11.0% 상승했다.
개인의 강력하고 꾸준한 순매수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에서 총 3조4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19~20일 차익매물을 내놓으며 1조3000억원 가량 ‘팔자’를 기록했지만, 그 이전까지 거의 매일 ‘사자’에 나서며 4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단기간 지수가 10% 이상 급등한 코스닥에서도 개인은 334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11일 이후부터 개인은 7거래일 연속 ‘사자’에 나서며 6691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자 외국인도 최근 3거래일 동안 11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섰다.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월 말 처음으로 45조원을 돌파한 뒤 현재까지도 42조원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주식을 사들일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 자금이 대거 주식 시장에 들어오면서 우리 증시의 하방 지지력이 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당분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을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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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그간 시장의 통설로 여겨졌던 ‘셀 인 메이’는 작동하지 않았다. 통상 연초에는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1분기 기업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시점인 5월은 시장 눈높이를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에 대한 기대도 낮춰지곤 했다. 11월~4월의 증시 상승률이 5월~10월보다 높다는 점도 5월을 매도 타이밍으로 보는 이유다.
◆공매도 해제 앞두고 휴가철까지…
시장의 시선은 이제 8월을 향한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를 앞둔 시점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주식을 팔려는 욕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기적, 기술적으로 8월에 주도업종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9월 중순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있고, 휴가 기간에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공매도를 금지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임시 금융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등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2020.3.13/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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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풀리면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실제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위기(2008년 10월 1일~2009년 6월 1일), 유럽 재정위기(2011년 8월 9일~11월 8일) 등 2차례에 걸쳐 공매도를 금지했는데, 공매도 금지 이후 증시가 반등했고, 해제 후에는 조정이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주도 업종의 수급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여름휴가 전 주식매도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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