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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길섶에서] 재난지원금 쓰기/전경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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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과 떨어져 살아 1인 가구인 엄마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따로 받았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도 받았다. 수십만원이 생긴 것이다. 무엇을 샀냐고 물어보니 “잡곡”이라는 답이 나왔다. “잡곡?”이라고 되물으니 “한번 해봐야지 생각했던 요리를 해 보려고”라고 답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뭘 살까…”라는 즐거운 혼잣말이 나왔다.

그동안 엄마 집에 갈 때 뭐 사갈까라고 물으면 “됐다”거나 “필요 없다”라고 했는데, 말 그대로 받아들일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엄마 살림살이와 속내를 알 턱이 없으니 무턱대고 사가면 구박받을 확률과 칭찬받을 확률이 반반이다. 솔직히 귀찮아서 엄마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넘어간 경우가 많다.

재난지원금으로 어르신들이 자식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물건을 사고 있다. 친구들끼리 모여 저녁 먹고 재난지원금으로 음식값을 내면서 세금 낸 보람을 이제 느낀다고 하는 경우도 봤다. 나중에 세금으로 다시 걷어 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기분이 좋은 것이다. 잠시라도 퍼주기 복지 논란은 접고 코로나19를 이 정도에서 막아 내는 국민 모두가 선물을 받은 셈 쳤으면 좋겠다. 재난으로 인한 우울과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치료한 효과는 분명히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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