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을 대하는 게 불편할 때가 많다. 이해가 안 되는 건 고사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작품 세계를 이해한답시며 제목을 뚫어져라 보고, 도록을 꼼꼼하게 읽어 가며 애쓴 결과가 작가의 의도와 다르기라도 하면 공연히 얼굴이 벌게진다. 행여 옆에 있던 누군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라도 하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쥐구멍부터 찾게 된다.
새 책 ‘우리 각자의 미술관’은 미술관 문턱에서 부담감을 느끼는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며,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자책할 필요도 없다고 다독인다.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미술을 감상의 대상이 아닌, 지식의 영역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일 뿐이란 거다.
책은 미술관 ‘덕후’가 쉽게 풀어 쓴 그림 감상 실용서다. 저자 스스로 수년간 실천해 온 그림 감상법을 토대로 미술 입문자들이 특별한 지식 없이도 그림과 깊이 만날 수 있도록 이끈다.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3장 ‘있으려나 미술관’이다. 저자가 큐레이션한 작품들이 전시된 이 가상의 미술관에서 독자들은 그림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책이 제안한 문답법은 ‘이야기 상상하기’, ‘기억 호출하기’ 등 6가지다. 독자들은 이 6개 전시실을 돌며 각자 그림을 마주한 뒤 자기 안에 피어오르는 느낌, 인상, 연상, 기억 등을 적는다. 뒷장엔 저자의 답, 해당 그림과 관련된 정보 등을 정리했다.
자신과 저자의 답을 비교해 보면 십중팔구 매우 다르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나’를 중심에 둔 감상법이라 그렇다. 저자의 답이 정답은 아니고, 내 답 역시 오답은 아니다. 그저 다른 감상 결과만 있을 뿐이다.
책 끝자락엔 ‘구글 아트앤드컬처’ 등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가상 미술관 활용법을 정리해 뒀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 소장품들을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만날 수 있어 유용하다. 다양한 검색 기능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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