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학교 한번만 나와봐라" 현직 보건교사, 오죽하면 '등교 반대' 청원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인천에 이어 대구에서 고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학교 집단감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교 수업을 중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 개학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고등학교 현직 보건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고3 등교 개학을 한 오늘(지난 20일)의 상황을 장관님과 교육부 관계자는 아시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한 주, 두 주 찔끔 찔끔 개학을 연기하며 학교는 매번 학사일정 변경, 시험일정 변경, 수행평가 비율 변경 등 회의를 하루에 2~3개씩 하며 한 주를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아무말 않고 교육부, 교육청을 따라왔다”며 “그런데 이제는 정말 참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교육부가 발표한 ‘건강상태 자가진단시스템’에 대해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등교 수업을 하는 고3 학생들은 일주일 전부터 매일 온라인(NEIS) 자가진단시스템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 학교에 제출하고 있다.

그는 “고3·2·1(학년) 개학 1주일 전부터 자가진단 제출을 통해 학생 상태를 파악한다고 하는데, 애들이 제대로 하겠냐”며 “담임교사가 애걸복걸해야 겨우 응답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가진단 문항에 구토, 매스꺼움 등 흔한 증상들이 있어 학생들이 체크하기 일쑤다. 학생들이 체크하면 등교 중지하라고 한다”며 “정확한 메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뜬구름 잡는 소리만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월부터 학교는 혼란 그 자체”라며 “보건교사들이 학교 하나를 책임지고 있다. 방역, 감염병 책임자로 홀로 매뉴얼을 짜고 학교 발열 체크·소독 등 (업무에) 홀로 싸우고 있다. 인력 지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직 교사들의 반응도 전했다. 청원인은 “고3 등교 개학하자마자 모든 선생님이 ‘방역은 물 건너갔다. 전국 1, 2, 3등으로 확진자 발생만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며 “아침에 자가진단 안한 상태로 온 학생이 보건실 와서 두통 있다, 열이 있는 것 같다, 측정하고 문진하니 집에 보내야 될 아이들이었고 그 아이들 보내느라 보건실 지킬 틈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 쉬는 시간엔 팔짱끼고 마스크 벗고 껴안고 난리인데, 학교가 안전해보이시냐”며 “단 하루만 학교에 나와 보시라. 쉬는 시간에 가급적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이 로보트처럼 듣겠나. 직접 와서 보고 그래도 방역이 안전하겠다 하면 계속 (학교) 문 여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학교에는 정확한 매뉴얼이 하나도 없다”며 “자가진단에서 등교중지한 학생들은 학교 나오지 말고 선별진료소로 보내라고 했는데 선별진료소 전화했더니 그런 소리 처음 듣는 내용이고, (학생들이) 와도 의사가 문진 후에 코로나와 관련 없으면 검사 안해준다고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에 물으니 교육지원청에 전화하라 뚝 끊고, 교육지원청에 물으니 교육청 매뉴얼대로 하라고 한다”며 “결국 학교 재량으로 정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럼 각 학교마다 기준이 달라져 누구는 출결인정, 누구는 질병결석이 되고, 이게 시험으로 가면 인정점 자체가 달라 진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딱 하루 딱 한 학년 왔는데도 전혀 통제가 안되고 학교가 난장판”이라며 “정말 이건 아니다. 제발 등교개학만 하려고 하지 말고 예산은 얼마나 필요하고 인력은 얼마나 필요한지, 매뉴얼은 얼마나 세세한지, 공간 확보가 되는지 등등 학교에 직접 나와서 보고 결정하시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50분 기준 3만1,653명의 동의를 얻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