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 중 일부./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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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사건에 대한 근거없는 해석으로 가득 찬 편지를 발견했다."(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세계보건학 교수)
20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미국과 캐나다, 스위스 등의 보건 전문가와 함께 지난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낸 공개 서한의 사실 관계를 분석했다. 서한은 WHO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며 30일 이내에 '중대하고 실질적인 개선'을 하지 않으면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영구 중단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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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보건규정은 각국이 24시간 내에 건강 비상사태의 위험성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우한에서 발생한 여러 원인불명의 폐렴 사례들을 지난해 12월31일까지 WHO에 알리지 않았다."
"지금도 중국은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데이터나 바이러스 샘플 공유 등을 거부하고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중요 정보를 원천 봉쇄하는 등 국제 보건규정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국의 과학자들과 관련 시설에 대한 국제적인 접근을 계속 거부하고 있으며, 자국 전문가들을 검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서한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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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중국의 정보 제공 지연'과 '정보 공유 부족' 등 두가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담긴 유일한 진실이라고 평가했다.
조지타운 대학교 법학센터의 한 교수는 "중국은 발병 초기 투명하지 않았고, WHO에 보고하는 데도 2~6주 정도 늦었다"며 "중국 보건당국이 12월 코로나19가 유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고를 늦게해 동아시아, 유럽, 미국 등에 전염병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빠르게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유했지만, 백신과 치료에 필요한 생물학적 샘플은 공유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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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는 의학저널 란셋의 보고서를 포함해 지난해 12월 초나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믿을만한 보고를 일관되게 무시해왔다. WHO는 중국 정부의 공식 계정과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 심지어 우한 자체에서 나온 자료까지 독자적으로 조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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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외 주장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보가 많다는 지적이다. WHO가 저명한 의학저널인 란셋 등이 발표한 코로나19 보고서를 무시했다는 주장에는 란셋이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란셋은 "(트럼프의)이 진술은 매우 부정확하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보고서는 지난 1월24일 처음으로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WHO도 지난해 12월 초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보고됐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WHO의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인 마이클 라이언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 건의 비정형 폐렴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독감 시즌이 한창일 때 폐렴 환자의 징후를 포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사실 우한에서 41건의 사례만으로 밝혀졌다는 것은 상당히 주목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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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당국은 지난해 12월31일 WHO에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나타내는 정보를 전달했다. 그러나 WHO는 정치적 이유로 중요한 정보를 다른 나라에 공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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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는 해당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만 보건당국이 지난해 12월31일 사람간 전염이 일어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WHO에 파견된 대만 보건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오늘 뉴스에 중국 우한에서 적어도 7건의 비정형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며 "중국 보건당국은 사스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론에 답변했으나 샘플은 아직 검사 중이며 치료를 위해 격리된 상태다. 공유할 수 있는 관련 정보를 달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당시 대만 보건당국은 사람간 전염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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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8일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 후 중국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중국이 목소리를 낸 의사들을 처벌하거나, 정보 공표를 제한했다는 사실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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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WHO가 당시 중국의 대응을 칭찬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시기에 중국을 찬양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해왔다"며 "미국은 그들의 노력과 투명성에 매우 감사한다. 모두 잘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인을 대표해 시 주석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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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여줄 수 있느냐이다. 미국 행정부는 이미 WHO의 조직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빠른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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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WHO에 대해 모호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WHO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WHO가 정확히 무엇을 하기를 원하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또 WHO가 어떻게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여줄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위협이 WHO 등 국제기구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한 교수는 "미국이 WHO를 비난하는 것은 세계적인 연대가 가장 필요한 시점에 세계를 분열시키는 행동"이라며 "이는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WHO의 공동 대응 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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