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심 회사로 매각해도 실질적 도움 못돼
박정원 회장, 아버지 이어 야구사랑 각별…원년 구단 상징성도 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 내 두산 베어스 사무실. . 2020.5.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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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두산베어스 매각설이 나왔다. 이에 두산그룹은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채권단도 두산베어스 매각과 관련해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은 그간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등 여러 계열사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두산베어스 매각설에는 선을 그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이같은 선긋기의 배경으로는 박정원 두산 회장의 각별한 야구 사랑이 꼽힌다.
박 회장은 두산베어스의 구단주다. 박 회장의 야구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학 재학시절 야구 동아리에서 활동했을 만큼 젊은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두산베어스의 특징인 ‘화수분 야구’도 박 회장의 오랜 관심과 궤를 같이 한다. 박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은 두산베어스의 전신인 OB베어스를 창단했다.
야구장을 자주 찾는 박 회장은 작년 10월에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잠실야구장에서 봤다. 지난 2017년에는 기아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경기를 관람하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박정원 두산그룹회장이 작년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19.10.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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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박 회장의 야구사랑을 보면 두산베어스 매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 두산베어스는 두산그룹의 핵심자산이 아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자구안과 관련해 기업의 비핵심자산인 야구단이 언급된 것은 구조조정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총수의 관심사도 크고, 각 연고 지역 팬들의 관심사도 크기에 신중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베어스의 작년 매출액은 562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33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10억원에 그쳤다. 두산베어스의 작년 실적을 보면 야구단이 큰 이익을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두산베어스를 두산 자구안의 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계열사 매각에서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채권단에서 두산베어스 매각을 압박했다면 이는 실제로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두산그룹이 이정도까지 자구안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산 총수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두산베어스 매각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베어스는 국내 프로야구단 중 원년부터 모기업이 바뀌지 않은 프로야구단 3곳 중 1곳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6개팀은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 삼성라이온즈, 롯데자이언츠, 해태타이거즈, MBC청룡, 삼미슈퍼스타즈였다. 이 중 두산, 삼성, 롯데만이 유일하게 39년동안 모기업이 바뀌지 않았다.
이런 이유에서 두산베어스 팬들도 이번 매각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십년동안 두산을 응원한 한 팬은 “매각설 자체가 너무 슬프다”며 “유소년시절부터 한 집안의 가장이 된 지금까지도 내 맘속엔 항상 베어스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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