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젊은 과학자가 보는 R&D 과제 개선 토론회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회원들 "상피제도가 가장 문제" 지적
(왼쪽부터)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함유근 전남대 교수, 김진성 연세대 교수, 남기태 서울대 교수, 박문정 포항공과대(POSTECH) 교수, 김수영 고려대 교수, 정우성 포항공과대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2020.05.2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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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과학계 연구개발(R&D) 과제 선정을 두고 이른바 '심사위원 복면평가'와 '랜덤(random·무작위) 선택'도 방안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이 나왔다. 좁은 학계에서 정해진 정부 예산을 나눠먹어야하는 구조적 특성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R&D 선정 과정에 대한 젊은 과학인들의 '뼈있는 충고'인 셈이다.
21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한림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젊은 과학자가 바라보는 R&D 과제의 선정 및 평가제도 개선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토론회 주제에 맞춰 만 45세 이하 젊은 과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회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수영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최근 김 교수가 차세대한림원 회원을 대상(전체 110명·응답자 75명)으로 진행한 'R&D 과제 선정과 평가 과정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22.6%가 현 제도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근래 성과중심, 질적평가 중심으로의 평가방식 전환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응답자 중 28%가 불만족하고 있고 49.3%는 보통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여전히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가장 문제가 있는 부분은'(3개까지 복수선택 가능)이라는 질문엔 '상피제도로 인한 평가위원 구성의 전문성 저하'(42명·56%)를 제일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상피제도란 평가 과정에서 학연, 지연 혹은 동일기관 근무자를 평가자로서 배제해 소위 '연줄'에 의한 평가 왜곡을 방지하려는 제도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러한 상피제도 탓에 평가 세부내용을 잘 아는 전공자가 제외됨으로써 오히려 평가자의 주요 요건인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도입한 상피제도가 오히려 R&D의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다만 뒤이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평가시 인맥에 의한 불공정성'(25명·33%)이었다. 1, 2위로 상피제도의 '양면'이 모두 지적된 셈이다. 이후에는 '평가자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한 평가위원의 적극적 참여 부족'(25명·33%) 등이 꼽혔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결국 상피제도를 없앨 순 없을 듯하다"며 "어떻게 해야할지 주변 의견을 들어봤는데, 컴퓨터 빅데이터를 통해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면 보다 공정한 심사위원 풀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또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 서로 아는 사이일 경우, 민감한 질문을 하기 어려운 만큼 심사위원들(평가자)이 마스크를 착용한 뒤 심사를 하면 서로 부담이 덜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또 온라인 툴을 활용해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위치를 분리한다면 자연스러운 심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제안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연구재단 등의 R&D 과제 선정에서 지역대학이나 여성 과학자 우대 정책 비율이 높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한편 남성 과학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 과학자 수를 늘리면 여성 과학자가 과제를 많이 가져간다는 느낌이 적어지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정우성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과학계 R&D 선정 과정에 "평가놀이가 존재한다고 본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과학계가 상피제도를 택한 내면에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며 "한편에선 과제 선택을 랜덤하게 해보자고 한다. 그리고 기존 평가자가 선정했을 때와 비교해 어떤 게 더 좋은지 살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규제방식이 주로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 허용되는 것만 나열해놓는 방식인 것도 불신이 깔린 것"이라며 "이에 따라 감시와 평가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런 평가놀이가 미래지향적 부를 창출하는데 효율적인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과학계가 과감하게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포지티브 방식의 경우, 감사를 잘못했다는 문제를 들어 도리어 (연구자에 대한) 징계를 강하게 하지 않기도 한다. 즉 네거티브 방식을 통해 연구윤리적인 부분을 보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림원 토론회에는 김 교수와 정 교수 외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김진성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비롯해 박문정 포항공과대 화학과 교수,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함유근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 등이 자리해 함께 토론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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