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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김창익 칼럼] 이촌 현대 조합원들이 봐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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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는 수학이다

아주경제



사업에서 갈등은 감정을 걷어내고 나면 100% 분배의 문제다. 제로섬 게임에서는 상대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될 때 갈등이 생긴다. 비교적 단순한 문제다. 파이가 늘면 증가한 파이의 분배 과정에서 마찰이 생긴다. 이 경우 심지어 모두의 이익이 증가해도 상대의 이익이 더 크다는 이유만으로도 딜이 깨진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다. 딜은 철저히 수학적인 문제다. 수학은 답이 정해져 있고, 그답은 대부분 알고나면 간단하다.

불행히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감정을 앞세우면서 갈등이 더 꼬인다. 답을 알면서도 못찾게 된다.

이촌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좌초 위기다.

이 아파트는 1974년 준공됐다. 50년이 다 된 아파트다. 2015년 시공사를 선정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2019년 8월 사업계획승인이 났다. 리모델링 사업이 끝나면 기존 8개동, 653가구에서 9개동, 750가구로 늘어난다.

본계약을 앞두고 시공비가 가계약 당시보다 늘면서 갈등이 생겼다. 5년이란 시간이 흘러 가계약과 본계약 시공비가 같을 수는 없다. 이같은 사실은 조합과 시공사 양쪽이 다 안다. 하지만 그 폭을 놓고 이견이 생겼다.

5년전 가계약 당시 공사비는 3.3㎡당 423만원이고 작년말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571만원이다. 35% 가량 공사비가 올랐다. 총액수로는 676억원이다. 한 가구당 1억원 정도 부담이 늘어난다.

시공사는 물가상승과 종합의 설계변경, 자재변경 등으로 676억원이 늘어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설계변경과 자재변경으로 313억원 공사비가 늘고, 물가상승과 정부 법규 강화 등 외부요인에 따라 363억원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조합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시공비 증가분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산출한 시공비 증가액은 29억원이다. 시공사는 건설물가상승률을 적용했다. 도급계약서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시공사가 달라져도 산출 금액이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공사는 설계와 자재를 변경하지 않고 입찰당시 원안대로 할 경우 313억원은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다.

시간이 가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감정이 꼬였다. 조합장은 최근 자신을 미행하고 도촬한 사건과 관련, 배후에 시공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공사는 조합장이 도급계약에 따른 합당한 시공비 증가분임에도 불구, 특정 의도를 갖고 사안을 부풀렸다는 생각이다.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이같은 의혹들은 다반사다. 개연성은 크지만 모두 정황 증거에 불과하다.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진실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다. 조합은 미행과 도촬의 배후를 끝까지 추적하고, 시공사는 조합장의 속내를 밝히는 것이다. 현행법상, 또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모두 뚜렷한 증거 없이 알 수 없다.

감정을 빼고 보자. 리모델링은 사업이다. 조합은 주거환경과 자산가치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시공사는 적정 시공비를 받아야 한다.

조합은 시공사를 바꿀 경우 조합 집행부의 주장대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시공비를 산정할 수 있는 지 판단해야 한다. 5년전보다 29억원 늘어난 금액으로 설계와 자재를 변경해 시공할 수 있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사이 지체된 시간에 따른 금융비용과 시공사 교체 후 각종 소송에 수반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시공사는 도급계약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시공비를 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적정 영업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지 다시 계산해 봐야 한다. 수익이 적어지는 게 제로(0)보다는 최소한 낫다. 시공사 또한 딜이 깨질 경우 각종 송사 등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23일 시공사 교체를 결정하는 조합총회까지 하루 남았다.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감정이 아니라 철저히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 되는 해답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것이 시공사 교체든 유지든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 window@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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