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이상 금지…250m이상 엄격 제한
건설 부채 리스크 확대에 부담 느낀듯
세계 2위이자 중국에서 가장 높은 상하이타워(632m). CTBUH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높이 200m 이상 건물의 절반이 중국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중동의 허브를 자처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다. 2010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지상 높이가 828m에 이른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초고층 빌딩 건축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 2위인 상하이타워(632M)를 비롯해 최상위 10대 초고층 빌딩 10개 중 5개가 중국에 있다. 300미터 이상 건물이 85개, 150미터 이상 건물은 무려 2177개로 전통적 고층빌딩 국가인 미국의 25개, 807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2019년에도 세계 7위의 초고층 빌딩 톈진CTF파이낸스센터(530m)를 비롯해 200m가 넘는 건물이 57개나 중국 도시에 새로 들어섰다. 높이 200미터 이상 전 세계 초고층건물 1478개의 절반에 가까운 678개가 중국에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20여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중국 마천루들의 초고층 행진이 멈춰설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높이 5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새로 짓지 못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250미터 이상의 고층빌딩 건축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세계에서 높이 500미터가 넘는 초고층 빌딩은 모두 10개이며, 이 가운데 중국에 있는 것이 5개다. 4월27일 주택도시농촌개발부 이름으로 발표한 새 지침에는 500미터 이상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는 특별한 경우가 무엇인지는 언급돼 있지 않다. 중국 정부는 다만 `도시 건축물은 실용적이고 경제적이며 생태적이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규정한 새로운 시대의 건축 원칙에 따 새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19년에 완공된 건물 중 가장 높은 중국 톈진CTF파이낸스센터(530m). CTBUH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쑤저우흥남센터, 높이 729m서 424m로 낮춰
중국 정부가 초고층 빌딩 건축 정책의 방향을 바꾼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초고층학회(CTBUH) 대변인 대니얼 사파리크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몇년 전부터 중국 최고 지도부는 이상하고 낯선 건물은 더는 안된다는 견해를 언론을 통해 밝혀왔다"며 "이번 조처는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고층 건물의 경제적 리스크가 커진 것이 이번 조처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초고층 건물들이 확실한 임대 전망 없이 덮어놓고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엄청난 부채가 쌓여왔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 톈진의 높이 597m, 117층짜리 `골든 파이낸스 117'은 2009년에 공사를 시작했지만 자금이 없어 아직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중국 언론은 최근 설계를 바꾼 저장성 쑤저우의 쑤저우흥남센터가 새 지침의 첫 적용 대상이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건물은 수년간 공사가 지연된 끝에 지난달 말 건물 높이를 729m에서 424m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중국 항저우 톈두청의 한 공원에 있는 파리 에텔탑 복제물. 위키피디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펠탑 등 해외 유명 건축물 짝퉁도 금지
중국 정부는 또 외국 건물의 디자인을 베낀 복제 건물의 신축도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대신 문화적 자부심을 강화하고 중국다운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건물 설계를 요구했다. 중국 각지에는 그리스 신전, 미국 백악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해외의 유명 건축물을 베껴 지은 짝퉁 건축물이 즐비하다. 특히 항저우에는 파리의 에펠탑, 베르사이유궁 정원, 샹제리제 거리 등 유명 건축물과 거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톈두청이란 지역이 있다. 이들 건물은 한편으론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면서 관광 명소 역할을 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시간극장 : 노무현의 길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