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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코로나19가 명분? "美, 글로벌 공급망에서 中 제거 위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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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중국과 경제패권을 다투는 '글로벌 경제안보 전략'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이 이른바 'G2(미·중 주요2개국)'로서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는 협력관계 구축 방향이 아니라, 경제패권국으로서의 중국을 제거하려는 차원의 전략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G2의 패권전쟁이 무역전쟁 차원을 넘어설 경우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21일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키스 크라크 경제차관은 아시아태평양미디어허브 특별전화브리핑에서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축과 관련해 한국의 역할 및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미국, 한국 등 국가의 연합을 위한 EPN 이니셔티브에 관해 대화했다"며 "위대한 기회를 한국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PN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해온 '일대일로'를 무력화하기 위한 적대적인 경제블록으로 미국의 동맹국들은 물론 기업과 시민사회단체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중국이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공급망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한 사태라는 점에서,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대한 과제라는 걸 인식하게 됐다. EPN은 작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 이미 공식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크 차관은 “우리 국제 경제·안보 전략의 핵심은 자유 세계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공급망을 확대하고 다양화하는 것”이라며 “신뢰에 기반해 연합하는 세계 전역의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가 EPN”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뢰는 디지털 산업, 에너지, 인프라에서부터 연구, 무역, 교육, 통상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같은 기준에서 EPN 파트너들이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규제 강화다. 크라크 차관은 한국을 향해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 것을 거듭 압박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전방위적으로 퍼져가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아예 화웨이가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 활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120일 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을 사용하는 외국기업들도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의 반격 조치로 애플, 퀄컴, 시스코 등 미 기업에 대한 중국 내 제한 및 조사, 보잉 항공기 구매 중단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에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 빼고 모두를 탓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이 얼간이(dope)에게 전 세계적 대량 살상을 일으킨 건 다른 게 아니라 '중국의 무능'이라고 제발 설명해 달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앞서 궈웨이민(郭衛民)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변인이 베이징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향해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데 그들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 뒤였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국무부 브리핑에서는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20억 달러의 공여에 대해 "쥐꼬리(paltry)"라고 조롱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과 대만, 남중국해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영토문제를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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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가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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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제거 위해 총력전"

문제는 EPN이 글로벌 외교안보 전략으로 중국의 봉쇄를 노린 인도·태평양 전략처럼 '동맹국 줄세우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EPN을 추진하는 의지에 대해 "중국을 글로벌 산업 공급망에서 제거하기 위한 구상을 위해 총력전(turbocharging)을 벌이고 있다"면서 "중국에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응징으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기존의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편한 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맞서는 기본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의 연합세력으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자는 구상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압박으로 박근혜 정부 때 사드를 도입해 배치했다가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 중국의 ‘보복’ 조치에 시달렸다.

미국은 동맹국들도 중국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연일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공개 거론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전염병으로 대략 9만명 의 미국인이 숨졌고, 3월 이후 3600만 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는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우리 추산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대응) 실패로 전 세계적으로 약 9조 달러(1경 1052조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만이 지난 19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도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배제하도록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을 압박했다”며 “나는 테워드로스 박사와 베이징의 이례적인 밀착 관계가 현재의 팬데믹 한참 전부터 시작된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코로나 사태로 미국 경제가 망가지고,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생산과 공급망을 중국에서 탈피해 미국에 우호적인 나라들로 변경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국무부 등 여러 부처들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을 이전시키기 위해 세제혜택과 보조금 지원 등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통신은 "공급망 이전에 대한 논의는 구체적이고, 힘있게, 그리고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례적으로 범정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한 고위 관료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온건파와 매파의 힘겨루기에 흔들렸다면, 코로나19 사태로 매파가 득세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 관료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 거래할 때 우려했던 모든 사안들이 분명해졌다"면서 "중국과의 거래로 벌었다고 생각한 모든 돈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몇 배의 손해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 4월 29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는 호주,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 그리고 베트남과 함께 '글로벌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 논의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것이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 37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최고 25%에 달하는 관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언급해 왔다. 미국의 관료들은 고율의 관세로 미국의 기업들이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추가 관세 부과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관료와 기업들에 대한 제재, 대만과의 관계 강화 등 중국에 대한 보복책까지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제2의 사드 사태 피할 수 있을까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외교전략조정회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출범시켜 4~5개월 단위로 두 차례 개최했다. (미중 갈등도)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 논의하고, 검토하는 사항으로 조정회의를 가동하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 작업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정회의에는 외교부 뿐만 아니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국방부, 산업부 등 15개 관계부처 및 국립외교원과 학계, 경제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인사들이 참여한다.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 회의를 진행한 이 회의가 앞으로는 보다 구체적인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재선을 위해 EPN이라는 '반중 네트워크'에 한국을 끌어들이려고 노골적인 압박을 할 경우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선뜻 들어주다가는 중국의 보복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 편에 선 호주에 대해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며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제안한 호주에 반덤핑 관세를 5년간 부과키로 했다. 아울러 호주산 소고기와 와인 수입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적 보복 조치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은 중국을 응징하겠다고 선언한 뒤 항상 실행에 옮긴 것은 아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협상 등 외교적 해법에 대한 기대를 남겨두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중국 때리기에 의회도 가세하고 있다. 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을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은 날 중국 기업의 미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여야 의원이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는 점에서 하원 통과도 유력하다.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과 민주당 크리슨 반 홀렌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기업들이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 정부와 기업을 겨냥한 조치다. 기업이 이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이에 관한 미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 그 기업 주식은 거래소에 상장될 수 없다.

중국은 미국 의회의 움직임에 대해, 21일 중국에 제재를 위협하는 법률을 채택할 경우 보복할 것이라고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이 경고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은 전인대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러한 법안에 강하게 반대한다"면서 "법안에 대한 검토에 바탕해 확실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하면서 양국의 비공식 외교 채널도 사실상 단절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SCMP는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양국의 정부 관계자, 기업 임원, 전직 관료, 학계 인사들 간 물밑 접촉도 거의 중단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시사잡지 <내셔널리뷰>도 이날 "코로나 19 사태의 외교적 파장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신냉전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쉽사리 협상을 허용하지 않는 격화된 신냉전 국면으로 흘러간다면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미. 중 갈등이 내정간섭이라는 첨예한 문제로까지 비화될 일대 사건까지 벌어졌다. 중국이 사실상 '일국양제'를 포기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장예쑤이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인대 회의의 9개 의안 중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보안법률 제정에 관한 의안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 인물에게 30년 이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홍콩 시민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이를 저지한 바 있다.

홍콩은 특별행정구 자격으로 2047년까지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사법 자율권을 보장받았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라는 이 원칙에 따라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된다. 하지만 중국 의회인 전인대는 홍콩의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데 이를 직접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상원은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중국 기업의 미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이어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이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원에서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처벌하는 법안이 여야 공동으로 발의된다.

민주당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과 공화당 팻 투미 상원의원은 이 법안이 홍콩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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