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를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지난해 8월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진 뒤 거리를 가득 메운 채 행진하고 있다. 홍콩|강윤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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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홍콩 ‘범죄인 송환조례(송환법)’ 반대 시위와 미국의 홍콩인권법에 대한 대응책으로 ‘국가보안법’ 카드를 꺼냈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강력투쟁을 예고하고, 미국 정부도 “약속 위반”이라고 공개 반대하고 나섰다.
장예쑤이(張業遂)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21일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22일 개막하는 전인대 13기 3차 연례회의에서 ‘홍콩특별행정구 국가안전 수호의 법률 제도와 집행 기제의 결정 초안’을 심의한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홍콩은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며 “최고 국가 권력 기관인 전인대가 새로운 형세와 수요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직권을 행사해 국가 차원에서 국가보안법과 집행 기제를 수립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제도 체계를 보완하고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형세와 수요’는 지난해 6월 송환법 반대로 촉발돼 민주화 요구로 확대된 홍콩 시위 사태와 미국의 홍콩 인권민주법안 통과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해마다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과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 발금을 제한하는 홍콩인권법을 시행중이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에는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23조에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홍콩매체 홍콩01은 이번에 전인대가 추진하는 국가보안법에는 기본법 23조 중 국가정권 전복, 국가 분열, 테러 활동, 외부 세력 관여 등 4가지 내용이 들어가며 반역, 반란 선동, 국가기밀 누설 등을 빠진다고 보도했다.
결의안 초안은 전인대 개막일인 22일 오후 공식 제출되며 이번 회기 중 전체 대표들이 표결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후 두 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치면 홍콩의 국가보안법은 효력을 갖게 된다.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되지만 중국 의회인 전인대는 홍콩의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전인대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은 홍콩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끈 조슈아 웡(黃之鋒)은 22일 “베이징 정부의 국가보안법 추진은 홍콩 민주파의 (구의회 선거) 성공, 미국의 홍콩인권민주법안 통과 등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면서 “하지만 홍콩 (시위) 단체들은 후회하지 않으며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발발 31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4일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미국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이 홍콩에 대한 새로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홍콩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성명이 중국의 약속과 의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홍콩 주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는 국가보안법을 부과하려는 어떤 노력도 (상황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런 행동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가보안법 제정이 양국의 새로운 충돌 요인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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