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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왕기춘은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 그루밍 뜻은? 가해자가 피해자 길들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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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32·사진)의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은 왕기춘의 범행에 대해 “전형적인 그루밍 아동 성범죄”라며 “피해자들에 대해 학자금, 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 거주지 이전 등 다각적인 지원을 시행하고 공소유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루밍’(glooming)의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목적이나 행동을 위해 누군가를 준비시키거나 교육하는 것’이다. 그루밍 성범죄는 여기서 파생된 용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가해자(성범죄자)는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 대상의 호감(취미나 관심사 등 파악)을 얻고 신뢰를 쌓으며 정신적으로 길들다. 이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 피해자가 많으며,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과학자이자 법정신의학 박사 마이클 웰너는 그루밍 성폭력에 이르는 6가지 단계를 소개했다. ①피해자의 취약성을 파악해 피해자 고르기 ②피해자의 욕구를 파악하며 따스함을 드러내기 ③피해자의 욕구를 채워 주기 ④일대일로 만나는 상황을 만들어 피해자를 고립시키기 ⑤성적(sexual) 관계를 만들기 ⑥피해자를 회유·비난해 통제하기 순이다.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들이 보통 자신이 학대당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 표면적으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여 수사나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특성상 그루밍 성범죄는 교사와 학생, 성직자와 신도, 의사와 환자 등 서열이나 소속감이 확실한 관계,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는 청소년 지원기관 ‘탁틴내일’이 지난 2017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20세 미만 성폭력 피해 상담 78건을 분석한 결과 43.9%가 그루밍 성범죄다. 특히 이중 대부분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에서 발생했다. 가해자는 피해자 친구의 지인, 친부, 고모부, 학원 교사, 교회 교사, 고용주, 선배 등 다양했다.

한편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양선수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왕기춘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왕기춘은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던 체육관에서 ㄱ양(17)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체육관에 다니던 제자 ㄴ양(16)과 10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조서 과정에서 지난해 2월 ㄴ양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유도회는 지난 12일 왕기춘을 영구제명했다. 왕기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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