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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노 마스크, 클로로퀸 복용...트럼프 기괴한 행동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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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결국 마스크를 쓰지 않고 미시간주에 있는 포드 공장을 방문했다.

앞서 다나 네셀 미시간주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포드 공장을 방문하는 동안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네셀 장관은 20일 CNN과 인터뷰에서 미시간주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피해를 많이 입었고,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등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백악관에 서한을 보낼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대통령이 우리 주의 법을 준수해줄 것으로 요구한다"면서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든지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 도덕적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시간주 법무장관 뿐 아니라 포드사에서도 트럼프에게 공장 방문시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 앞서 포드 자동차 대변인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는 모든 사람들이 모든 시설에서 항상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전 프로토콜 문건을 이번 방문에 대비해 백악관 측과 공유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모든 개인이 밀폐된 공공장소에 있는 동안 코와 입을 가리는 개인 보호 장구를 착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제조시설의 비필수적인 방문을 전면 중단하라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이런 공식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날 포드 공장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공장 측에서 여기에선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했다. 기자들이 동행하지 않은 공장의 다른 지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며 "언론에 내가 마스크 쓴 것을 보는 즐거움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악관에서 온 사람 모두 검사를 받았고, 나도 오늘 아침에 검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미시간주의 공식 요청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안 쓰고 포드 공장을 방문했다. ⓒ타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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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마스크 거부하는 이유 세 가지...코로나 사태 본질 가리기

트럼프가 고집스럽게 마스크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트럼프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빨리 회복해야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하다. 트럼프는 의사 등 감염병 전문가들의 위험 경고를 무시하고 서둘러 봉쇄를 풀고 경제 활동을 재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상징'으로 여겨지는 마스크를 비판 여론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일부 미국인, 특히 보수적인 백인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행정명령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한번도 마스크를 쓰라는 요구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해 정서적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들 사이에서는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는 나약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이런 인식을 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트럼프의 지지자들이기도 하다. 트럼프 자신도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엉뚱한 행동들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묶어두려는 정치적 술수로 해석 가능하다. 마스크 거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복용 등 트럼프 대통령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큰 논란이 일고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 코로나 사태의 진짜 본질인 미국의 의료 시스템의 문제, 경제적 문제 등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될 에너지가 트럼프의 기괴한 행동에 대해 논쟁을 벌이느라 허비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휘트머 주지사와 '기싸움'

위의 세 가지 이유 이외에도 이날 미시간주 방문에서는 마스크를 쓸 수 없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트럼프는 코로나 사태에서 줄곧 정치적으로 대립해왔던 휘트머 주지사와의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휘트머의 갈등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계속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 방호복, 인공호흡기 등 각종 의료장비가 턱없이 부족해지자 주지사들은 연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거부했었다. 트럼프는 휘트머에게 "미시간 그 여자"라고 막말까지 하면서 주지사들의 요구가 과도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는 것은 주지사들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휘트머는 트럼프의 공격에 전혀 기죽지 않고 원칙적으로 강력한 방역 정책을 시행하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그의 방역대책에 반대하는 극우파의 살해 위협도 있었고, 총으로 무장한 극우 시위대가 주의회를 점령하기도 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강단 있는 모습으로 휘트머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됐고, 단숨에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자리를 굳혔다. 사실상 민주당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여성 부통령 후보"를 공약했다. 휘트머는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 에이미 크로버샤, 조지아 주지사 후보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등과 함께 바이든의 유력한 러닝 메이트 후보로 꼽힌다.

또 휘트머의 지역인 미시간은 대표적인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가 휘트머를 처음부터 콕 찝어서 겨냥한 것도 대선에서 미시간이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는 20일 우편투표를 준비 중인 미시간주와 네바다주에 대해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우편투표를 확대하는 방안은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각 주는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편투표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투표율이 낮아야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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