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전 주거복지본부장→한국자산신탁㈜ 임원
중랑구 행정국장→7월 출범 중랑문화재단 대표로
서울시공직자윤리위 5년간 취업심사 중 불허는 5%뿐
서울시청 신청사. [헤럴드DB]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사장 직무대행까지 지낸 전직 임원이 최근 부동산신탁 회사로 옮겨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사후’ 심사를 받는다. 재취업한 곳은 정부가 정한 취업제한기관이지만, 취업심사가 열리는 기간까지 기다릴수 없어 우선 취업 승인를 받고 일단 옮기고 본 경우다. 서울 중랑구 전 행정국장은 오는 7월 출범하는 중랑구 산하 중랑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정돼 이 달 말 ‘업무취급’ 승인 심사를 받는다. 그가 이 재단 대표이사 공모에 응모한 건 퇴직한 지 3개월 만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대표이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지만, 일단 넣고 본 경우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8일 제281회 서울시공직윤리위원회에서 두 사안이 심사에 오른다. SH공사 임원에 대한 취업심사는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제한기관 간의 관련성을 조사해 가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임원은 올해 퇴직하기 직전에 주거복지본부장(상임이사)을, 5년 이내에 공공개발사업부 본부장을 지냈다. 대표이사가 공석일 때 대표 대행을 맡기도 했다. 옮긴 곳은 한국자산신탁주식회사 이사직으로, 인사혁신처가 정한 취업제한기관 중 한 곳이다. 한국자산신탁㈜는 부동산신탁, 리츠, 도시정비사업 등을 하는 회사다. 취업제한기관으로 퇴직 5년 이내 이직하는 경우이므로 반드시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를 받아야하지만, 취업 일정을 우선한 그는 ‘우선취업’ 승인부터 받았다. ‘임의취업’은 아니므로 윤리위 심사 결과가 ‘취업 불승인’ 일 경우 과태료 처벌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사 결과에 따라 퇴사 처리될 수도 있다.
해당 임원은 "인허가, 보조금 지급, 계약관계가 없는 동등한 시행사여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우선취업 승인을 거쳐 정상 취업했다"고 설명했다.
중랑문화재단 대표로 선정된 전 행정국장의 경우 지난 3월 열린 280회 서울시윤리위 심사에 올랐다가 한 차례 보류됐다. 시는 ‘퇴직공직자의 업무취급 승인에 대한 심사기준 정립 등 안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해 심사를 보류하고 차기 위원회에서 다시 심사하기로 결정’이라고 결과를 공지했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위원들이 모이지 않고 서면으로 심사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를 위해 보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랑구 조직도를 보면 문화관광 업무도 행정국 소관이다. 오는 7월 출범할 중랑문화재단은 중랑아트센터, 구립도서관 등 문화시설과 장미축제와 용마폭포문화예술축제 등 지역 축제를 총괄한다. 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9개구가 문화재단을 운영하는 등 거의 모든 자치구가 문화인프라 전담기구를 따로 설치한 점을 들어 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문화재단을 설립한 강동구와 송파구의 경우 초대 대표이사로 외부의 문화계 전문인사를 앉혔지, 재단 설립을 담당하던 공무원을 쓰진 않았다. 이와 관련 중랑구 관계자는 “정식 공모 절차를 밟아 복수 응모자 가운데 심사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일단 저지르고 매는 나중에 맞고 보자는 ‘선 취업 후 심사’ 사례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기 쉽다. 다른 퇴직 예정 공직자들에게 윤리위 심사는 ‘요식’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 5월 현재까지 서울시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결과를 보면 전체 심사 202건 가운데 취업불가는 9건으로 4.4%에 불과했다. 취업불가는 서울시 공무원 2명, 자치구(구의원 포함) 7명으로 대부분 자치구다. 소방직과 공직유관단체 퇴직자의 취업불가는 없었다.
서울시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심사하는 대상은 4급이하 공직자, 구의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며, 3급이상 공직자와 시의원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심사한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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